모든 것이 명확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금리인하, 공급부족
2가지 키워드는 너무나 명확하게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는 믿음을 주고 있다.
매일 언론에서, 유튜브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반대 의견을 꾸준히 피력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24년 한 해 동안에도 서울 아파트는 `21년, `22년 전고점을 뚫은 단지가 많이 나왔다.
필자도 여기에 반박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그럴 이유도 없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몇 명 읽어보진 않겠지만.. 브런치에 기록용으로 글을 남기고자 한다.
그래도, 나름 `21년 부동산 고점을 거의 직전에 맞춘 이력이 있으니 아래 글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https://brunch.co.kr/@sphere/63
먼저, 팩트체크부터 해보자.
'금리가 인하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팩트일까?
'공급이 부족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팩트일까?
둘 다, 역사적으로 볼 때 팩트는 아니다.
아파트 가격이 시뮬레이션처럼 단순하게 하나의 요인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결합되면 팩트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모두들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거라고 믿을까?
그 이유가 너무나 상식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주택 구입비용이 줄어서 수요가 늘 것이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모두가 선호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세상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명확해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한 것이다.
우선, 논리의 허점을 찾아보자.
기준금리가 인하되어도 시중금리가 여러 이유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금리가 인하되어 주택 구입비용이 줄어도 전세대출 금리가 더 내려가 주택 구입보다 전세를 더 선호하다면 어떻게 될까?
죽어가던 인플레이션이 외부적 상황으로 다시 살아나 기준금리를 다시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파트 공급, 즉 신축 아파트 공급이 앞으로 줄어드는 것은 팩트지만,
그것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을까?
신축 아파트 공급이 앞으로 줄어들지만,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 가정을 해보았지만,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지 내릴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한쪽 방향으로만 관점을 바라보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를 보다가,
20억짜리 아파트를 힘들게 저축해서 모은 돈 5억으로 매수했다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읽어보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략, 전세가 10억, 전세 후취담보 5억에 자기 돈 5억으로 샀다는데
이미 본인이 산 가격에서 2억이나 올랐다고 자랑하는 글이었다.
(다른 글들로 짐작건대 나이가 30대 정도로 보였다..)
나는 100층 건물 옥상 난간에 서있는 것 같은 엄청난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 사람은 오늘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일까?
어떻게 이런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저런 대담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전세가 10억이 안전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전세는 이미 전세대출로 인해 안전판으로서 역할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세입자가 자기 돈으로 전세금을 내던 시대에서
전세대출로 인해 세입자가 일으킨 레버리지이다.
즉, 전세대출 10억과 전세 후취담보 5억을 합쳐 15억 대출을 일으켜 20억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다.
전세대출로 인해 전세가 변동성이 예전보다 커져
잘 오르기도 하지만, 잘 내리기도 한다.
전세가가 실수요자들이 인정하는 실제가치라고 얘기하지만,
전세대출이 없었다면,
예전처럼 자기 돈으로 전세를 얻는다면
과연 지금의 전세가가 합리적인 가격일까?
정부에서 전세 대출 규제를 처음으로 시행하자,
서울 아파트 거래가 멈춰버렸다.
이렇게 허약한 시장이다.
전세가 비율로 아파트 가격을 합리화하는 건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모른다.
필자에게 그런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겠지만..
단지 얘기하고 싶은 건
지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세입자들의 대출과 집주인들의 대출이 겹쳐서 만들어낸
모래성과 같아
경기침체와 같은 국내 내부 사정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전쟁 같은 국외 사정에 의해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그런 위기가 왔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지
제발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라고 얘기하고 싶다..
(서울 아파트 초고가 시장은 대출이 나오지 않아 현금으로 매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상황에 영향이 적을 것이니
필자가 걱정할 대상도 아니겠지만..)
모든 게 명확하다고,
무조건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믿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이럴 때 시장은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