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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엄마에게 친절하기

by 까를로스 안

매번 후회하는 일이 있다.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자주 후회를 한다.


꽃집을 하는 엄마 가게에 들르면, 꽃을 배달할 일이 생긴다.

쿠팡에 꽃을 올렸다면서 주문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머리가 왜 이렇게 기냐고, 깎아야 되지 않겠냐고,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며 말을 한다.


그 모든 일에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누가 봐도 억지스럽게, 퉁명스럽게 꽃을 배달한다.

쿠팡앱에 들어가 주문이 아직 없다고, 이걸 보는 거라고 내가 들어도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말한다.

짧고 단정한 머리를 원하는 엄마를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는 자신과 아들을 분리하지 못한다.

나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나보다 더 아파한다.

힘든 일이 생겨도 괜찮은 척, 잘할 수 있다고 태연한 척했는 데, 걱정으로 혼란해하는 엄마를 보고 와서는

내가 무너진다.


엄마는 나보다 더 어른이니까 담담하고 담대하게 대해주길 바라지만, 엄마는 나보다 더 걱정이 많다.


매번 엄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무겁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엄마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건,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언제쯤 엄마에게 친절한 아들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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