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결하지 않을 권리

단절할 수 있는 힘이 진짜 연결을 만든다

by 까를로스 안

팀장이 되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었다.


팀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회의에 말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팀에서 생활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맡은 일로 팀원들을 분리시키고, 맡은 일과 일 사이에 커다란 장벽을 두어 서로의 일을 모르게 했다.

팀의 큰 그림을 알지 못하게 하고, 부분의 일을 기능적으로만 하게끔 구조화 되어 있었다.

만나면 서로의 일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전체 일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맡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일과 일, 사람과 사이에 있던 오래된 장벽을 치우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미 익숙해진 그 장벽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장벽이 자신의 특권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특권으로 아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분위기를 변화시킬 키워드는 ”연결“이라고 생각하고, 팀 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1. 우리의 일이 구매 - 마케팅 - 영업 - 판매 - 출하 - AS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2. 팀의 전체적인 일을 이해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글,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연결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 글이었다.


그것을 보고 “이거다” 했다.


아마도 “연결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던 사람은 내가 팀원들끼리 가깝게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의 저항 때문에 이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연결하지 않을 권리”를 보며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1. 선배가 후배에게 연결됨을 강요하는 것은 연결이 아니라 폭력일 수 있음을. 그래서 진짜 연결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일임을. 연결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야 진짜 연결이 될 수 있음을.


2.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진짜 연결은 기존 분위기와의 단절이 기반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부분과 기능을 강조했던 기존 분위기에서 전체와 존재를 추구하는 새로운 분위기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존 분위기와의 연결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연결하지 않을 권리”가 “진짜 연결“의 시작점이다.



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