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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Eui Oct 08. 2020

좋은 사람 어디 없나요?

어딘가, 누군가는 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기보다 그냥 그럴 나이가 돼서 시작한 첫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도, 경험도 많은 이로부터 이유 없는 악의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모욕적이고 화가 나고 슬프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 40명이 채 안 되는 회사에서 수이자 동시에 상사였던 그는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러모로 치명적이었다.


 가르침이 없는 배움에 평가와 무시가 따라왔다. 나의 하루와 기분이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그가 즐거워야 하루가 무난했고 그가 기분이 나쁘면 하루가 시끄러웠다. 궁예도 아닌데 관심법을 익혀야 할 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의 천하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내가 입사한 지 3개월이 되던 때, 그는 평소 행실과 언행, 부족한 능력이 문제가 되어 해고었다.

 
 내가 그만두든가 그가 사라지든가   하나를 꿈꿨던 매일 , 이런 날이 실제로 올지 몰랐을  숨통이 트일 거라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악인이 죗값을 받으면 주인공은 해피엔딩이던데 나는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숨구멍은 트였지만 경력은 그대로 물통에 던져졌다.   뿐이던 부서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선장 없는 배를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이었다.  그것대로 괴로웠다. 그렇게 나는 8개월의  경력을 떠안고  직장을 나왔다.




 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 '어디든 나쁜 놈은 있다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어디든 좋은 사람도 있다 그만둬도 괜찮을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상사가 내게 윗사람한테 ‘찍혔다 있지도 않은 일로 겁줬을 , 나는  세상 모두가  편이라 생각했다. ' 함께   먹고 나를 괴롭히려 한다', 소설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것처럼 매일 밤을 울어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선명해진 것은, 그럼에도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말에 상처 받아 화장실에서 울고 있노라면 안아주며 달래주던 동기도 있었고 함께 화내 주던 선배도 있었다. 같은 부서도 아닌데 가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면 스쳐가듯 ‘힘드신  안다 말해주는 분도 있었다. 내가 당한 일이 부당한 일이라며 대신 미안하다 해주었던  분도 있었다.  명의 나쁜 놈이  시야를 좁히고 마음을 닫아 세상을 좁게 만들었어도 거기에는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인간은 본연적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굴린다. 그러다 보면  옆에서 함께 발맞춰주는 이들보다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 먼저 발견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매몰되면 내가 얻는 것은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일 뿐이다. 세상은 분명 더럽게 넓고 어딘가 비틀리고 돌아버린 자들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이 굴러가는 ,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맞춰 세상을   동그랗게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내가 인지하지 못할 뿐,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누군가는 반드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쉽사리 나의 인복이 불운하다고 단정하지 말자.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 무심코 지나친 인연, 어쩌면 내가 미워했던 누군가조차도 어느 날에는 나의 안녕을 빌어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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