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여서 더 외로울 때가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은 비단 연예인이나 인싸만의 고질병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걸리고 마는 종족 고유의 유전병이다. 애초에 인간이 집단생활과 거리가 멀었다면 ‘외롭다’는 감정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혼자면 혼자여서, 함께면 함께여서 외롭다.
현대 인류는 대면 소통 못지않게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에 익숙하다. 굳이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군중 속의 고독은 종식됐어야 맞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체온을 느낄 수 없는 온라인에서조차 때때로 무리 속에 홀로 남은 듯한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온라인 상의 광범위하고도 촘촘한 인간관계망에 걸려 이전에는 모르고 지냈던 사람까지 알게 돼 더 고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일상화된 소셜 네트워킹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고독감의 수준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 우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기왕이면 실제가 그러한 것보다 즐겁고 재밌게, 기쁘고 행복하게 보이길 원한다. 슬픔과 외로움 같은 감정의 이면은 주로 비공개 영역에 남겨둔다.
행복은 불행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이는 행복의 이면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종종 찾아오는 감정의 밑바닥을 탐험하고 있노라면, 마치 ‘나만’ 홀로 남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 착각은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피드 속에서 군중 없는 군중 속의 고독을 경험하게 만든다.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인간관계가 다양해지고 넓어져도 고독감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간 전 세계가 외쳐대는 ‘LOVE YOURSELF’는 일종의 자기 암시가 아닐까. 고독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찾아온다. 수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문득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고립감, 나 하나쯤 없어도 될 것 같은 소외감, 그러므로 나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다양한 형태의 쓸쓸함과 불안함은 대답 없는 마음에서비롯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는 함께인 거야.’ 그렇게 말해주는 마음이 내게 돌아오지 않아서.
사람은혼자있든사람속에있든지속적으로마음을나누어야만고독에잠식당하지않을수있다. 때문에 고독의구원은영원토록변하지않을관계, 그러니까동화에존재할법한 ‘Happily Ever After’한관계에서나가능할테다.나를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고아껴주고애틋해해 줄마음, 우리가일반적으로 '사랑'이라총칭하는마음. 그런마음을지속적으로꾸준히죽을때까지교환할수있어야한다. 하지만그런마음은다른사람에게서얻을수있는것이아니다. 우리가동화가아닌현실에서할수있는영원토록변치않을사랑은 ‘자기자신에대한사랑’뿐이다.
고독에서 나를 구원해줄 영원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자. 어떤 순간에도, 그 누구보다도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고 아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 친하지도 않은 친구 목록만 늘어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소식을 꾸준히 받아보는 현대인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진심으로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정신무장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