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하루에 몇 끼 정도의 밥을 먹을까?
우리 아버지, 어머니 때는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이 철칙이었다.
심지어 어머니는 한 번 거른 끼니는 죽을 때까지 다시 찾아먹지 못한다며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당부까지 하셨다.
회사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아침밥을 거르고 다닌다고 한다.
아니 챙겨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설사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부모님이 아침밥을 챙겨 준다 해도 일어나서 출근하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해서 아침밥을 못 먹고 다니는 직원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우리 회사엔 직원이 12명밖에 안되지만 직원 구내식당이 있다.
이곳 지점이 개점할 때부터 있었던 아주 오래된 식당,
직원들은 2, 3년 정도 근무하다가 다른 지점으로 인사이동되어 떠나가면 그만이지만 식당 이모님은 몇십 년째 직원 구내식당을 지키며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계신다.
가족 대하듯, 자식 대하듯 하나부터 열까지 지극정성으로 챙기시는 이모님 덕분에 직원들은 행복한 점심시간을 누리고 있다.
심지어 이곳 지점에서 근무하다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은 직원들조차도 가끔씩 찾아와서 점심을 먹고 갈 정도이다.
혼자 사는 직원들은 아침은 시간이 부족해서 못해 먹고 저녁은 하루동안 일하느라 힘들고 귀찮아서 거르고 오로지 이모님이 해주시는 점심 한 끼가 하루 중의 유일한 식사라고까지 한다.
나는 67년생으로 아버지, 어머니 세대처럼 하루 세끼 집밥 먹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그렇다 보니 외식은 잘하지 않는 편이지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주 식탐이 많은 편식주의자이다.
그중에서 돈가스를 최고로 좋아한다.
어머님댁인 망원동 본가에 갈 때는 돈가스를 먹으려고 "망원즉석우동" 식당을 참새가 방앗간 지나듯이 매번 들르게 된다.
심지어 어머니를 뵈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돈가스를 먹기 위해 어머니 댁을 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처음엔 남들이 다 가보는 핫한 집이라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한번 맛을 보고 나서는 본가에 갈 때마다 매장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면 포장해 가져가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또 한 곳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10층에 있는 "샹하이"라는 중국 음식점이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퇴근 후 도서관 문화 강좌를 들으러 갈 때 등 시간이 부족할 때 짧은 시간에 뚝딱 먹고 12층에 있는 영화관으로 바로 영화를 보러 가거나 주차요금 없이 30분 안에 회차할 수 있는 곳이라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도서관으로 바로 갈 때 들르는 곳인데 짜장면이 맛도 좋고 10층이라 내려다보는 뷰도 너무 좋아 자주가게 됐다.
나는 먹는 것은 맛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친절 그런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물론 무례할 정도로 불친절하면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음식은 맛이 생명이고 친절하면 그것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밥 한 끼를 준비하는 것은 세상에 큰 복을 짓는 일이다.
식당에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밥을 제공하는 것은 영업이라는 목적이 앞서지만 이것도 누군가를 위해서 복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바빠서 밥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힘들어서 밥이 하기 싫은 사람들에게,
식당 업주들도 영업을 위해서 돈을 받고 음식을 팔지만 가슴속에는 맛있고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하겠다는 극진한 사랑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주로 아내와 어머니)이 해주는 밥만 먹으며 살아왔다.
가끔 집에 혼자 있을 때, 먹던 찬밥이 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먹기 위해서 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직까지 오로지 누군가를 위해서 밥을 지어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제 나도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지어보아야겠다.
세상에 복을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