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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길이 말했다

길을 걷다가 드는 생각

by 지혜여니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순간

운동화를 꿰어 신고 뛰쳐나왔다


곧고 곧은길 위를

정처 없이 걸으며,

인생길은 이와 다르다며

곧은길에 괜히 화를 뿌린다


울퉁불퉁한 길을 만나자

숨을 헐떡이며 달려본다

너 때문에 넘어질 듯하다며

거친 길에 괜히 투정 부린다


내리막길에 다다르자

조심조심 힘을 주어 내려간다

미끄러져 다칠 뻔했다며

길에게 울부짖는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

길이 묻는다


그제야 멋쩍은 미소로

길에게 사과한다


“미안해,

내 마음 때문에

너를 불편하게 해서”


그래도 너 덕분에

나는 다시 걸을 수 있다

인생길이 지루하지 않다

고맙다, 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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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