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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끝을 향해 걷는 계절

가을을 바라보는 동안

by 지혜여니

가을이면

산에는 울긋불긋

물감이 칠해진다


형형색색 단풍과 거니는 길은

바스락바스락

음악을 연주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고이 펴 담으면

가을 책갈피가 된다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책 속 문장에 빠지려 할수록

눈길은 자꾸만 나무를 향한다


차가워진 바람을 타고

한 해의 흘러간 시간을

붙잡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본다


올해도

조용히

끝을 향해 걸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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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