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장 잘한 일
운동하라는 말은 지겹게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린 왜 운동을 안 할까요?
저는 지금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도 운동은 커녕 스트레칭도 안했습니다.
살려고 시작했죠. 이러다 죽겠구나 싶으니 하게 되더라고요.
뭐든지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운동이 대표적이죠.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몸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2년 전에 체험했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온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브랜드를 접게 되면서 실패와 좌절감을 겪었고, 코로나까지 걸리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12월 이맘 때쯤이었는데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몸이 만신창이가 돼 있었습니다. 당연히 면역력은 바닥이었고, 컵 하나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약해져 있었죠.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억울한 것들과 후회는 계속 생각이 났으니까요.
어느 날, 생각을 멈췄습니다. (이것은 신기한 경험인데 생존을 위해 몸이 자동으로 위협적인 생각을 차단한 것 같아요. 아니면 '신이 머물다 간 순간'이 아닐까.)
강아지를 키우니 억지로 산책을 하고, 몸을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얻은 작은 기운으로 건강한 밥을 차려 먹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 봤습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니 괴로울 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허리가 좀 아팠습니다. 계속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죠. 뿐만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좌식 생활의 연속입니다. 운전해서 출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오래 했으니까요.
체력은 아직 회복이 안돼 힘이 없었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좋아하는 드라마를 누워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예전에 잠시 다녔던 도수치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 도수치료사가 해준 동작은 누워 있는 나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살짝 들어 올리더니 점점 90도 가까이 들어 올리는데 햄스트링 근육이 늘어나면서 굉장히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1시간 동안 많은 동작들을 했지만, 딱 그 동작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누워서 그 동작을 하기 시작했죠.
혼자 다리를 올려 봤습니다. 너무 힘들더라고요.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큼 해 봤습니다.
그렇게 매일, 일주일 넘게 하다 보니 다른 동작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한의원 원장님이 몇년 전에 가르쳐준 동작이 생각났습니다. 10년을 넘게 다닌 한의원이라 원장님은 제가 매번 허리가 아파서 오니 집에서 이 운동이라도 해라, TV보면서 하기 좋다고 가르쳐준 쉬운 동작이었습니다. 얼마동안은 하다가 까먹고 있던 것이었죠.
이것 역시 옆으로 누운 자세로 한쪽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동작은 하체의 군살을 없애고 근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또한 골반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엉덩이 굴곡근을 단련하며, 옆구리에 자극을 주어 몸매 라인을 개선해 준다고 하네요. 코어 강화는 물론이고요.
이렇게 동작 두개를 하는데 1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서서 햄스트링을 늘리는 동작과 한발 서기로 버티기, 팔을 크게 돌리기를 추가했습니다. 이런 동작들은 검색해서 한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하게 됐습니다. (어디서 본 것들이 잠재의식에 있었나 봅니다.)
요가하면 대표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한발로 서서 명상하는 듯한 모습 말이에요. 그걸 그냥 해본겁니다. 처음에는 한발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균형 잡는데 힘이 들어 가지 않아 계속 실패하고 또 실패해요. 어느 정도로 힘이 없었는지 가늠이 가시죠?
그러다 아주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10초를 하다가 20초를, 30초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시간도 늘렸죠.
이렇게 동작 몇개를 추가해 20분 혹은 30분을 몸을 움직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이것만으로 많은 것이 좋아졌습니다. 저에겐 놀라운 경험이었죠.
많이 아프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사가 아무리 운동을 하라 해도 "해야죠."라고 잠깐 마음이 들었다가 실천까지 가기란 쉽지 않았어요. 병원 문을 나오는 순간 잊어 버리고, 수많은 대단한 사람들이 운동으로 인생이 변했다는 얘기는 유튜브에서, 책에서, TV에서 그저 하는 얘기로 들렸죠. 아주아주 뻔한 얘기요.
그런데 제가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2~30분 동안 몸을 움직이고, 호흡하는데 집중을 하고,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는 꼭 해야 돼요. 몸이 깨어 나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컵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체력이 이 정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더이상 억울했던 일, 분하던 일, 그 사람들이 생각나지 않았죠. 오히려 불쌍히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더 잘 될려고 액땜을 했구나, 내가 복이 많아서 그 사람들을 잘라 낼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후회와 원망은 끝없는 그리움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왔어요.
생각을 끊고, 몸을 움직이는 동작에 집중했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되었습니다. 매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의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이 되었죠.
그리고 필라테스를 시작했습니다. 아는 동생이 헬스트레이너라 헬스도 시작했죠.
올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게 삶의 큰 힐링이 되었습니다. 불안하고 슬픈 감정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일상에서도 사라졌거든요.
사실 저의 서재 3분의 1은 건강 관련 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재밌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운동을 안하고 책만 읽고, 아프면 병원가고, 앉아서 일만 했지 뭡니까.
이 글을 쓰면서 책장을 둘러 봤는데요. 아마 꽂혀 있는 건강 관련 책 아무거나 들춰도 '운동' 얘기는 꼭 있을 것입니다.
그 중 <건강과 치유의 비밀>이라는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책으로 95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입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건강을 위해 스스로 운동하라'는 소제목의 챕터가 있습니다.
이 챕터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음 2가지였습니다.
1. 운동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단단함과 유연함도 키워준다. 특히 기관과 근육의 결합 조직에서 유독하고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는 림프계는 신체 모든 부분의 일상적인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은 림프 기능을 크게 향상시켜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2. 몸을 지치게 하는 운동은 비정상적인 양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다른 스트레스 요인에 취약해진다.
운동 후 피로는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임으로써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많은 순진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다.
운동이 스스로 순환할 수 없는 림프계를 자극시킨다는 중요함과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입니다.
제게 해당되는 말이었습니다.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한 운동이 몸의 순환과 생기를 준 것이 아닐까.
또 저처럼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집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듯이 사람마다 그 방식과 정도는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운동은 결국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귀찮지 않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서요.
내게 지금 적당한 것, 내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 하고 나면 기분이 좋고 개운한 것으로 하다가 체력이 붙으면 점점 더 늘리거나 추가하면 되는 것이죠.
천천히,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76zeBVw08Ys?si=A7Iy9STIjCLy7zvq
@bysummer
헬스트레이너 왈,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어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