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했다. 2023년에도.
저는 최근 나에게 질문하기를 하며 일상에서 나를 여행하는 느낌이 듭니다.
나를 여행한다는 말은 얼마전 잠시 소개한 <니체와 함께 산책을>이라는 책에 나온 말인데요.
이 말이 딱 요즘의 저와 비슷한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여행을 간다는 건 지금 있는 곳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가서 뭔가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나를 여행한다, 잠시 나라는 것을 잊고 나를 새로운 사람을 만나듯 대하며 안해본 얘기를 해보는 거에요.
몰랐던 감각과 감정에 대해서 혹은 당연한 듯 여겨졌던 것들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
그래서 이 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나를 여행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역할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여러 명과 함께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떤 카테고리에 집어 넣어야 할지 모르겠는 나도 있고요.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명확한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두루뭉술한 내가 사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나를 만나면서 욕망도 다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각자의 욕망을 해결하고 싶은 게 어쩌면 가장 큰 하나의 욕망인 것 같아요. 그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기겠지만요.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얼마전에 '티모시 울튼'이라는 브랜드 행사에 초대 받아 다녀왔어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오피셜한 곳을 갈 때는 아무래도 옷차림이나 메이크업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그게 또 재밌는 일이기도 합니다.
티모시 울튼은 영국에서 온 헤리티지 가구 브랜드에요. 고객들을 초청해 한 해를 함께 마무리하는 연말의 작은 파티같은 느낌이었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사람들의 노고가 느껴졌어요.
참 오랜만에 참석한 브랜드 행사였어요.
잡지기자로 일할 때는 브랜드 행사에 꽤 많이 갔었는데 그때는 즐기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브랜드가 보여지길 원하는 마케팅적 요소만 볼 줄 알았지, 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행사 자체를 즐길 줄 몰랐으니까요.
이번 행사는 그런 부담없이 또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 물건들, 이야기들을 보고 와서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만나는 일을 이번 주까지 하면 10주가 되어 가요.
아직 100일도 안됐지만, 2023년의 나를 잘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마주보고 만나는 방법과 그렇게 하면 좋았던 점 몇 가지를 공유해 보고 싶습니다.
나를 만나는 일은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모두는 하나의 우주일 정도로 다르니까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가는 게 맞아요.
저의 경우는 '질문'을 했어요. 내가 나에게.
그럼 뇌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려고 계속 작동했어요. 실제로 뇌과학에서도 뇌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걸 이용해서 '나에게 이로운 질문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너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면?"
"진짜로 책 읽고, 글 쓰는 게 좋아? 왜 좋은데?"
"누굴 만나면 좋아? 왜?"
"가장 소중한 게 뭐야?"
이러한 질문들이에요.
질문은 하루에 하나씩, 그 하나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확장하는데 대답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해요. 질문은 아주 쉬운 것부터 하는 게 좋았어요. 그래야 빨리 또다른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싶어 설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앉아서 나한테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럴 여유가 없어요."
"안 그래도 하루종일 생각하는데, 피곤한 몸으로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깊게 하는 건 엄청 피곤할 것 같아요."
"나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와요."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이유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해보니까 하나의 질문으로 뇌를 작동시키는 날들을 보내고 나면,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거였구나."하고 나를 이해하게 되는데, 그건 남을 이해하는 차원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마치 구원을 받은 것처럼요.
이게 먼저였다는 거에요. 남을 이해하려 애쓰고, 남과의 관계에 상처 받고, 남을 위해 보내는 시간들보다 나를 먼저 만나고 이해하는 게 살면서 먼저 했어야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를 이해하면서 남에게 더 관대해졌고, 남을 신경 쓰는 일을 덜 하게 됐어요.
남도 나와 똑같구나,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상처와 결핍이 있었구나, '너도 그들도 그랬구나'가 돼요.
모든 방향이 밖으로 뻗어 있다가 내 안으로 향하는 일을 했는데, 오히려 밖을 이해하게 됐어요.
언젠가 다시 밖을 향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우선은 내가 먼저에요.
매일 같이 있는 여러 명의 나와 그동안 진지하게 마주앉아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게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 같아요.
굳이 철학자들의 얘기를 하진 않을께요. 제가 이 과정을 하면서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났어요. 물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요. 대학 때 철학 수업을 들은 적 있었는데, 그때 단 한 단어라도 이해를 했겠어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마다 그 '때'는 모두 다르고, 속도도 달라요.
저는 이제 그냥 습관처럼 나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나와 얘기하는 일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요. 피곤하지도, 한숨이 나오지도 않아요.
때로는 과거의 나와 만날 때면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것보다 좋았던 것을 질문하고 작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 줬던 일에 집중해요. 미래의 나에게 그런 말들을 해주는 거에요.
<퓨처셀프>라는 책이 미래의 나에게 확언하듯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책인 듯한데 아직 다 읽진 못했어요. 워낙 리뷰를 잘해준 북튜버들이 있어요.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분명 비슷한 원리의 이야기일 것 같아요. 다음에 이 책은 저만의 방식으로 한번 다뤄 볼께요.
모두 성공과 돈을 바라고 있잖아요?
유튜브는 경쟁이 치열해져서 점점 자극적이 돼 가는 것 같아요. 썸네일의 문구들이 무섭게 변하고 있어요. 저또한 일상에서 내가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려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거기서 벗어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것 또한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에요.
한편으로 철학적이고 영적인 생각들을 하는 걸 좋아하면서, 한편으로 하고 있는 일이 잘 돼서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이런 솔직한 내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나밖에 할 수 없어요.
그럼 또 질문을 해 보는 거에요.
"왜 돈을 벌고 싶은데?"
"너의 가치관이 아니라 남의 가치관 아니야?"
이런 질문들이요.
여기에 대한 답은 모두 가지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꼭 이 질문들은 해봐야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어요.
2023년의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이 '나에게 질문하기'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만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 그것으로 마음의 풍요를 얻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운동이죠. 몸이 아프지 않아야 이런 생각들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아프면 무조건 목적은 딱 하나에요.
아프지 말자. --> 건강하자. (말도, 문장도 긍정적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해요.)
다른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몸이 먼저에요.
이렇게 칭찬하고 싶은 2023년의 나를 보냅니다.
https://youtu.be/CAnKNaTt-iA?si=dMhfbs5obxJECvjm
@bysummer
'2023년 칭찬하고 싶은 나'를 생각하며,
연말 행복하게,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