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가는 여정 1
이토록 변화가 빠른 시대, 시대의 마음을 캔다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는 시대를 날씨처럼 예보했습니다. '핵개인의 시대'라고요. 이 책을 읽고 바로 드는 생각은 저의 얘기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겐 예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죠. 이미 핵개인으로 사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이 책을 집었는데, 이미 변화의 소용돌이 속 한가운데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듯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는 것 같아."
요즘 이 말을 자주 듣습니다. 급변하는 시대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느낍니다.
저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느끼시나요? 혹시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생각의 유영에서 헤엄치고 계시나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인생 2막을 고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제 이야기가 바로 여러분의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에게 '다시' 질문하기.
챗GPT에게 말고 나에게 질문하기.
그리고 정성스럽게 대답하기.
급변하는 시간
나에게 질문하고 정성스레 대답해 보기
저는 40대가 되어 다시 생각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2,30대에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 그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이 생각들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포 분열처럼 확장되더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큰 마인드맵을 그려 주었습니다. 이 마인드맵이 정답은 아닌 듯합니다. 아직 둥둥 떠 있으니까요. 하지만 머리 위 나와 함께 둥둥 떠다니는 마인드맵이 이상하게 든든합니다. 물론 아직 눈에 보이지 않죠. 구름 같은 아이입니다. 하나의 질문으로 든든한 구름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하더군요.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면 제가 흠뻑 젖고 말겠죠. 그걸 찾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내 온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인생 후반전의 '진짜 하고 싶은 일' 말이죠.
지금까지 해온 일에서 찾을 수도 있겠죠.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다는 게 예전과는 다른 점입니다. 그 일을 빨리 찾아 올인하고 싶었죠. 저는 지금 그 과정에 있습니다.
글 쓰는 일이 업인 적이 있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있어서라기보다 우연히 대학 졸업 즈음 작은 잡지사에 들어간 게 계기가 되어 이후 10여 년을 잡지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패션, 뷰티, 리빙, 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했는데요. 그중 뷰티 에디터로 오래 일했고, 제일 재미를 느꼈죠.
제가 에디터로 일하면서 가장 흥미롭고 감탄했던 부분은 매일 접하는 유수의 브랜드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유명한 브랜드들에는 이유가 있었죠. 그 스토리들이 경이롭기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은연중에 브랜드를 동경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때까지도 내가 브랜드를 만들어 봐야겠단 생각은 못 했습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잡지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자식을 낳는 기분이 이런 걸까 상상하며 매달 순산을 했고, 감사하게도 큰 보람이 매달 찾아오는 직업이었죠. 그런데 그때의 저는, 그러니까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마음은 불안하고 몸은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던 건 '이 일이 맞나?,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이 일로는 안될 것 같은데...' 등의 생각들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고요. 내가 만든 브랜드를 이름만 들어도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긴 거죠. 그래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잡지사를 떠나 이후 10여 년을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 꿈이었는지 지금은 이 질문도 나에게 다시 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질문과 지금 나에게 같은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때의 생각은 얕았고, 바로 직장을 그만두어도 될 것 같은 패기와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거창한 '꿈'이라는 걸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들이 가득했죠. 하지만 지금 다시 하는 같은 질문에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무언가를 다시 질문하고 다시 답하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두려움이 앞서니까요. 두렵고 무섭고 큰 용기가 필요한 질문들. 저는 그렇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지? 난 브랜드 만드는 일을 과연 좋아하는 걸까?'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면 흠뻑 젖고 말겠죠.
어쩌면 내 온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글 쓰는 것을 아주 좋아했지만, 직업이 되었을 때는 무척 쓰기 싫었습니다. 핑계이긴 합니다만 그때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 보다 브랜드 홍보팀이 준 글을 상당 부분 편집만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어찌 보면 갑이었지만 늘 '을'의 자리에서 일했던 것 같습니다. 잡지사를 떠나면 자유롭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동안 글 쓰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작고하신 이외수 작가의 트위터 문하생이기도 했는데 말이죠!
이렇게 글을 쓰며 정리하게 된 것도 나를 향한 질문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점 구석에서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이란 책을 읽으면서 질문과 답이 더욱 뻗어 나갔고,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이 책이 눈에 띄었을 겁니다. 예전에 KBS의 정세진 아나운서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서점에 가면 본인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죠. 크게 공감했습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서점에 가면 내가 어느 코너에서 기웃거리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 '자기이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을 이해해야 하는 일은 살면서 너무 많잖아요? 나를 이해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연했습니다. 한편으로 핑계 속에 숨는 건 아닌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어릴 적 상처로 지금 이런거야,라는 식의 이해 말이죠. 하지만 그런 원인을 찾아가는 질문보다는 나의 '지금'에 대한 질문들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책에서 주는 질문들에 답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를 빼곡히 채워갔죠. 책 한 권을 읽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는 내가 인터뷰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했던 것처럼 나에 대한 질문이, 내가 한 대답들이 노트에 뿌려져 있었습니다. 질문들은 여전히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지만 뭔가를 알아차린 기분입니다.
이 시점이구나.
나의 40대 지금.
나한테 질문해야 할 시간.
지나고 있는 시간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직장에서 퇴사를 고민하고 창업을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고, 은퇴 후에는 뭘 해야 할지 고민할 수도 있을 겁니다. 세상은 빠른데 내 자리가 있는지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모든 분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래 살아야 하고, 그 긴 시간을 혼자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진짜 나답게 살기'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
나에게 질문하기 딱 좋은 시간
***
@bysummer
삶은 어쩌면 질문과 답을 계속 반복하는 여정
이러다 보면 구름이 비가 되겠지.
(구독과 댓글 환영합니다~~)
#삶은여정 #갓생살기 #나에게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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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시대>(송길영,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