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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Jul 06. 2024

문 앞에 서서

부은 손끝이 내내 아른거려

고통을 그러쥐다가도

담담한 웃음 떠올리면

너는 참 씩씩하구나

너는 참 어여쁘구나

너는 참 단단하구나


네게는 특별한 행복이 있었고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어떤 상황도 희극으로 변모시키는

둥근 눈동자가 있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였

네게는 모든 것이 있구나

이미 온전하구나


하지만 나를 슬프게 했던 건

힘줄 돋은 창백한 손등

고통을 삼키던 갈색 눈의 끝선

시선이 닿던 곳에 핀 페튜니아가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따뜻하고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런 존재였는데

늘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내게 청하고 있었는데

나는 괜찮다는 말만 믿은 채

환하게 웃었는지도

손을 흔들었는지도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위를 바라보다

언어가 메말랐음을 깨닫고

너는 어떤 존재였나 자문하다

돌아섰다

걸었다

멈춰 섰다

어디를 움켜쥐면

답답함이 가실 수 있을까


하지만

너는 씩씩하구나

어여쁘고 단단하구나

강하고 아름답구나

이미 온전하구나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나는 다름을 닮고 싶어

다름을 삼키고 싶어

다름을 마시고 싶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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