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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엔카페인 Aug 11. 2021

강백호를 향한, 그놈의 싸가지 없어 "보인다"

지나친 야구대표팀 욕받이 강백호, 또다시 누군가 죽어야 끝날 일인가?

"저새끼는 싸가지 없어 [보였다]", "조주빈과 똑같이 생긴 새끼, 관상은 과학이다", "강백호가 있는한 국대는 계속해서 져야한다", "싸가지 없어 [보였는데]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믿기지 않지만 이번 야구대표팀 강백호 선수가 껌 씹는 태도로 인해 나오고 있는 네이버와 유튜브 여론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 쉽게 표현하면 그냥 건성처럼 "보인다" 이다.


훌륭한 소잿거리(야마)가 생긴 기자들은 박찬호의 충고를 곁들여 강백호를 이슈메이킹+프레이밍한다.

프레이밍대로 학습된 여론은 우르르 달려가 강백호를 죽이자고 달려든다. 인신모독도 서슴치 않는다. 아마 당장 정말 만약에 강백호가 군대를 다녀온다 해도 그들은 또 죽자고 물어 뜯을 것이다.

10년을 넘게 국가대표를 이끌 선수인데 결승타를 쳐도, 역전 홈런을 쳐도 비난을 받을 것 같다.

단지 싸가지 없어 "보인다"는 태도 그 하나만으로.


강백호가 껌을 씹었던 태도를 옹호하는 글이 아니다.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맞다. 그 점은 선수가 인지하고 조심하면 된다.

중점은, 그깟 껌 하나때문에 사람 한명을 죽이려고 물어뜯고 다시는 기를 펴지 못하게 즈려밟는 여론을 탓하는 글이다.


미디어는 교묘하다. 역전 적시타를 치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던, 리그와 국가대표에서 승부욕 넘치던 강백호는 사라졌다. 그 껌씹는 표정 몇초 때문에


주로 강백호를 비난하는 여론을 보면 건성이다, 승부욕이 없다, 싸가지 없어 보인다이다.

이 중 싸가지 없어 "보인다"는 정말 주관 아닌가?

말 그대로 그래 보인다이다. 그냥 지레짐작이다. 쟤는 저럴꺼야라는 편견 하나만으로 물어뜯는다.

하다못해 수원구장에서 강백호의 플레이 한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올림픽 TV속의 화면을 보고 지레짐작한다. 

감독이란 사람은 강백호의 태도 등은 지도자가 교육해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도 지도자 아닌가?


그래 이장면.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포효하던 장면은 그들의 머리속에선 없다. 출처: MK 스포츠

물론 올림픽의 관심이 높고, 야구는 2008년 우승까지 했던 종목이자 한국 최고의 스포츠 시장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관심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껌을 씹던 강백호 선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기억 속에서 잊혀졌겠지만 5회 역전 적시타를 치고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고래고래 외치던 선수도 강백호이다. 분명히 그 장면을 기억한다. 사람들의 머리속엔 없겠지만 6대5를 만드는 적시타를 치고 계속해서 답답했을 서러움을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승화한다.

경기가 끝난 뒤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 하던 것도 강백호이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덕아웃에선 다른 선수들처럼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을 선수도 강백호이다.

강백호의 생각은 강백호 만이 알 것이다. 조롱하고 모욕하는 여론이 쓰는 댓글들이 아니라.


편견과 화나는, 혹은 비꼬는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경기 패배 후 머리를 쥐어뜯는 장면에 "군면제 못받아서 괴로워 한다"라고 자신들의 결론을 내서 또한번 강백호를 비난한다. 조용히 입을 닫고 귀국하자, 전혀 관련도 없는 정치권과 엮여 만평으로까지 비난받는다. 이미 무슨 짓을 해도, 아니 지금의 여론으론 강백호는 숨만 쉬어도 비난받는다. 이렇게 마녀는 나무에 묶인채 끝없이 계속해서 돌을 맞는다. 돌을 맞고 기절한 뒤 마녀 재판을 했으니 다음은 화형식인가? 누군가가 또 죽으면 그제서야 동정을 한다. 동정하면 뭐하나. 이미 그 사람은 죽어버렸던가 죽는 만큼 비난을 맞고 숨어버릴텐데.

정녕 이게 만평이라면 기자라는 장래 희망을 정말 진지하게 다시 고려하고싶다. 정녕 껌씹은게 전두환과 엮일 일인가? 진심으로 묻고싶다. 강백호가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는가?

또 하나의 여론은 강백호를 보면서 투지와 정신력 타령이다. 대표팀에 투지가 없어서 아마야구로 나와야한다는 댓글은 베스트 댓글 공식이다.

근데 당신들, 고교야구 대학야구 한번이라도 보고 그런이야기 하는건가?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 제발 고교야구 대학야구 팔갈리는 현장부터 막아주고 이야기하면 안되는건가?

초등학생들마저 코치에게 맞는 야구계 폭력을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 막았어야하는것 아닌가?

항상 국제대회에서 패배하면 야구계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찾아와 아마 야구가 대표팀에 나와야한다고 한다. 그렇게 정작 외치는 사람들은 아마야구에 정말로 관심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표팀은 투지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실력과 투지를 둘다 보여줘야 되는 곳이다.

여자배구가 4강에 오른 것도 투지만 있어서가 아니라 투지랑 대표팀에 걸맞는 실력이 동시에 있어서이다.


핀트를 흐리지 말자. 우리가 진건 투지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상대방이 투지만으론 이길 수 없이 야구를 너무 잘해서란 이유도 있다. 마치 여자 배구 4강에서 브라질과 세르비아에게 3-0 셧아웃을 당한 것처럼.

이번 미국 대표팀은 트리스톤 카사스(보스턴, MLB 전체 28위 유망주), 조 라이언(미네소타, 팀내 8위 유망주), 셰인 바즈(템파베이, MLB 전체 69위 유망주), 우드-리차드슨(미네소타, 팀내 3위 유망주 ), 닉 엘런(오클랜드, 팀내 3위 유망주) 등 MLB와 팀내 상위 유망주에 해당하는 특급 유망주들이 포함됐다. 조 라이언은 올림픽이 끝났으니 곧바로 미네소타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확률이 크다. 나머지 선수들도 정말 하다못해 지금 메이저 리그에 올라가도 백업은 할 선수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토드 프레이저, 버바 스털링 등 MLB에서 굵직한-그렇지 않더라도 메이저리그 경험을 풍부하게 한-성적을 냈던 선수들이 이번 로스터에 포함됐다. (도미니카 공화국 3번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는 MLB 전체 3위에 해당하던 유망주였다)


그저 "실력도 별볼일 없는 마이너리거에게 깨진 야구대표팀" 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일 당장 메이저리그에 이 선수들이 올라가도 무리가 없는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농담으로 MLB 전체 1위 유망주 러치맨, 전체 2위 유망주였던 완더 프랑코까지 꼈어야 그제서야 미국대표팀 무섭다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라고도 친구와 농을 주고받는다. 사실 3위 유망주가 껴있던 도미니카조차 얕봤으니 러치맨, 프랑코가 나왔더라도 마이너리거에게 졌다고 쌍욕을 퍼부웠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일본전에서 져서 일수도 있겠다. 정말 심심치 않게 한일전만 이기면 나머지 경기는 져도 된다고 하는 여론이 있다. 나도 이기길바랐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한일전은 이겨야한다는 정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나머지 경기를 이겨도 한일전에서 지면 그건 죽어라 욕을 먹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그리고 그건 일본도 똑같이 생각하는 이야기 아닌가? 일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한국에 패해 노메달을 겪은 이후 13년을 이를 갈았다. 그들이 그렇게 변한 13년간 투지와 정신력만 기르고 있었나? 아니 전혀. 그들은 데이터로 무장했고, 시프트를 더 치밀하게 걸었으며, 야구 교육 방법을 바꿨고, 미래를 더욱 육성했다.


우리는?  

Q. 지도자가 프론트와 세이버팀이 전달해준 데이터를 곧이곧대로 받아 들였는가?

A. 오히려 현장의 감을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프론트 야구를 비난한다. 심지어 이번 대표팀은 골든글러브 3루수 황재균이 주전 2루수로 나오는 웃을 수 없는 촌극을 낳았다. 이래도 현장의 감을 중시해야되는가?

Q.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시프트를 시도하는가?

A. 수베로 감독이 시도하는 시프트는 우스꽝스러운 짓이라고 팬들조차 비웃는다.

Q. 야구 교육이 바꼈는가?

A. 아니, 여전히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 팔이 갈릴대로 갈린 선수들은 프로에 와서 수술받거나 관리를 받아야한다. 이미 너덜너덜한 어깨와 팔꿈치때문에 시속 150을 던지던 선수가 140도 안되는 구속을 프로에서 던지게 된다.

Q. 미래 육성에 관심이 있는가?

A. 고교야구 대학야구가 열리는 목동구장은 무관심속에 언제나 선수 가족만이 관중석을 채운다. 아마 경기가 끝나면 또다시 어디 한쪽에선 어떤 선수가 배트로 허벅지가 터져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술먹고 노는 태도에 원로들조차 배에 기름이 꼈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러면 80년대 90년대 선수단 분위기처럼 선수를 패고 운동한다는 이유로 맞는게 옳은가?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선수들이 습득도 없이 단순 일탈로 그러는 것일까? 그 태도조차 원로들, 선배들에게 보고듣고 이렇게 해도 된다고 배운 것 아닌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설리를, 구하라를, 최진실을 악플로 잃었다. 그때도 똑같았다. 설리의 노브라를 보고 "걸레같다"라고 맹비난하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까지 찾아가서 자신만의 감정을 쏟아냈다. 설리가 자살하자 신경도 쓰지 않고 잘죽었다며 다른 화풀이 대상을 찾는다. 구하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타진요라는 씻을 수 없는 경험도 겪었다. 당사자가 진실을 해명해도 이미 자신들이 믿고싶은대로 여론을 만들어서 그럴 것이다라고 단정짓는다. 당사자의 해명도 필요없이.

그 설리와 구하라 옆에, 타진요 옆에, 강백호라는 또다른 사례를 만들 것인가? 마녀라고 사로잡힌 누군가가 정녕 죽어야 끝나는 운명인가? 학교폭력은 멈춰야한다면서 전 국민이 특정 선수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이게 정녕 맞는 태도인가?

어느 누구도 악플을 쓰는 사람(혹은 당신)에게 밉보였기 때문에 욕받이가 되야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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