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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엔카페인 Jan 27. 2023

[프랑스 1월] 나는 바보다

프랑스 교환학생 한 달차 후기

나는 바보다.

한국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던, 무슨 업적을 쌓아왔던 그건 유럽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님은 때려맞춰서 중국 아니면 일본일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일 뿐이다. 

쿠드 유 스피크 잉글리시? 를 말해서 Sure이나 Yes라며 통하면 '아 진짜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외쳐야 하는(그래서 Merci Beaucoup을 생각보다 자주 쓴다. 영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나라에서-불어를 ABCD/1,2,3,4,5(아 베 세 데/앙 두 투와 까트 쌍크 라고 읽는다)조차 몰라서 여기서 배우고 있는- 나는 그냥 멍청한 원숭이다.


기록을 남긴다.

적어도 바보처럼 살기 싫으면 교환학생이든 뭐든 마음의 각오랑 준비를 조금이라도 해서 오라고. 나처럼 바보같이 멍청하게 살지 말라고.

이건 파리 슥슥 놀러다니는 3주짜리 유럽 여행이랑은 결이 좀 다르다.

캠퍼스 프랑스, 프랑스 비자 어쩌고 저쩌고 이런 이야기보다 먼저 적는 이유는 그만큼 정신적인&심적인 스트레스가 정말 너무 심하고+심했기 때문이다.


0. 영어 회화 / 그 나라 언어 최소한 대화는 가능 할 정도로 준비해서 올 것


0번이라고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말 필수 선행 조건이라 0번으로 쓴다.


한국인들 특징) 시험 영어는 열심히 하면서 영어 회화가 안됨>> 토스, 오픽이라는 '시험'덕분에 좀 해소가 됐겠다만, 그래도 회화가 자신 없으면 교환학생 이전에 외국인들이랑 회화부터 떠드시길. 토익 LC? 비교가 안된다. LC 3배속 돌려둔 속도로 미국 애들이 떠들고 성격이 살짝 소극적인 친구들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스피커 음질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거 불평하는 거랑은 차원이 틀리다. 

내가 너무 비참했던 건, 정말 간단한 단어인데도 단어가 기억이 안나서 번역기, 파파고 찾아보고 있을 때였다. 대화 맥이 딱 끊기는 그 어색한 정적. 불편했다.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이랑 이야기로 넘어가도 할 말이 없다. 왜? 내가 영어, 즉 의사소통이 존나게 구리니까!


말이 안통하니까 사람들과 친해지는 거도 한계가 있다. 친해지려면 공통사를 나누고 생각을 나눠야하는데 말이 안통하는데 무슨 생각을 나누고 공통사를 공유해? 게다가 님이 동양인이라는 디폴트까지 안고 있는 마당에! 그냥 밥먹고 돌아다니고 이런 거면 모를까 - 사실 이거도 생각보다 거지 같은 게 밥 한 번 먹겠다고 구글 번역 파파고 번역 열심히 폰 들고 굴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ㅋㅋ 정신이 아득하다. 그래서 한번 밥을 먹으면 푸짐하게 먹고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 수업을 듣고 내 생각을 말하고 쓰고 읽고 해야되는데 이게 안된다. 누군가는 "교환" 학생에 초점을 둘지 몰라도 일단 교환"학생"이잖아? 한 수업에서 영어로 20분동안 전공 내용에 대한 내 생각을 써야하는데, 한국말로는 다 아는 자신있던 내용인데도 에세이도 제대로 못 쓰고(심지어 글쓰기를 공부했다는 애가!) / 내 생각도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나온 뒤 화장실에서 분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다른 애들은 영어가 그래도 불편한 언어까진 아닌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영어가 '외국어'고,,, 영어로 해석-한국어로 이해-다시 영어로 작성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그 날 그 수업 이후로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잘 안든다. 해도 말아먹고 안해도 말아먹으면 안하고 말아먹는게 정신 건강에 더 이득 아닌가? 사실 여기서 정신 건강을 해칠 일이 너무 많아서 수업조차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이제 개강 2주차인데 반포기 상태랄까.


불어도 진짜로 교양이라도 들을걸 진짜 후회가 많이 됐다. 여기에 와있는 한국인 친구들은 적어도 DELF(프랑스어 자격증) B1, B2 정도는 따고 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어 능력시험 같은 거인데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이랑 의사소통은 되는 정도가 돼야 - 그리고 얘네도 불어로 수업 듣는 건 힘들어한다 - 프랑스에서 온다는 거다. 나는? 아 ㅋㅋㅋㅋㅋㅋㅋ 위에 썼지만 A B C D도 모른다. 불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그냥 눈치껏 때려 맞춘 적도 많고 그마저도 진짜 불쌍해 보이는 표정으로 못알아 들어서 번역기 쳐달라고 한 적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 입장에선 자국어인 불어를 못하니 내가 무시받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 못하는 외국 사람들보고 '저 새끼 뭐래?' 라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선 내가 외국인이니. 뭐 영어 써주는 배려? 그딴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없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불어 공부 안하고 프랑스에 온 건 후회가 많이 됐고, 되며, 될 것이다. 말이 한국만큼 안통하는게 가장 큰 스트레스이고 지금 교환학생 생활이 솔직하고 냉정하게 순화해서 언해피한 이유다.

  

1.한국은요. 생각보다 좋은 나라에요. 아니 그냥 좀 많이 좋은 나라에요.


그냥 하나 예시를 써보겠다. 


프랑스 남부 도시에 사는 디즈니는 오늘도 대낮에 길거리를 가다가 대마 냄새를 맡는다. 한국 교환학생 때는 아무 때나 편의점에 들려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여기선 동네에서 가장 싼 슈퍼마켓이 평일 20시면 닫기 때문에 주말을 위해 일찍 장을 봐야 한다. 오늘은 급작스러운 횃불 시위로 인해 트램(한국 기준 지하철)이 파업 해 19시에 있던 술 약속을 어쩔 수 없이 파투 내야 했다. 연금 정책 변경으로 인해 전국적인 파업이 걸려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됐던 지난 주 시위도 있었다. 택시를 타려고 해도 택시가 다니지 않는 동네라 유일한 수단은 자전거나 킥보드다. 밤이 어두워지자 전기 절약 정책으로 인해 주황빛 가로등조차 꺼져있는 불빛 없는 길거리는 음산한 기분이 들어 조심스럽지만 앞만 보고 최대한 빨리 걷는다. 집 근처에서 마약상을 만난 적이 있는 디즈니는 발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과장 같죠. 그렇죠?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근데, 내가 쓴 이야기 중에 과장이 없다.

아참, 가방 칼로 찢어서 에어팟, 핸드폰 털어가는 소매치기나 정말 악명 높은 집시 사람들은 내가 파리에 사는 게 아니라서 안썼다 ㅎㅎ 파리 다녀온 친구가 파리는 진짜 어메이징 범죄도시라고....


음, 한국에만 있는 + 한국 가서 다시 좀 꼭 하고 싶은 거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써봤다.

보일러,비데,초스피드 당일 행정 처리,24시 편의점,에어컨&히터,배민오토바이,정수기,방충망,아이스커피,라면,심야 카카오택시,환한 밤거리, CCTV, 맨발로 생활 등등


한국이었으면 정말 당연하게 했을 거를 여기선 ㅋㅋㅋㅋ 꿈도 못꾸거나 있으면 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사거나 누려야 한다. 

더위를 워낙 심하게 타는 유형이라 에어컨 없는 유럽의 더위를 상상하면 벌써 걱정이 많이 된다.

빨래방이나 주방에 CCTV도 없어서 늘 "내 짐 털어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야 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확률은...30%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물건을 두고 가는 걸 '버리고 간다'의 의미로 파악하더라.

그리고 ㅎㅎ 우리 기숙사에서 5년을 넘게 산 형님 말로는 기숙사에서 누군가 문을 안잠구고 잠깐 산책 나갔다 온 사이에 노트북, 지갑 등 귀중품이 다 털렸댄다. 그냥 왔다갔다 할 때도 문을 잘 잠구고 다녀야 한다고 + 문을 잠구고 다녀도 털린 경우도 있었다면서 귀중품은 들고 다니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우와!


한국이 진짜로 많이 안전한 / 살기에 좋은 /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밥 굶고 못살 일은 없는 좋은 나라라는 걸 계속 리마인드 하고 있다.

적어도 치안만큼은 많이 그립다.


2. 본인 성격이 사람 만나면 기빨리고 / 집돌이&집순이면 교환학생 다시 생각해보세요.


내가 본게 전부도 아니고, 여기에도 내성적인 친구들이 많지만 + 나도 사람 만나는 거 자체는 꺼리는 성격이 아니다만

외국애들의 학기 초 친해지는 방법은 '파티'다. 여기서 파티는 그냥 한국에서 6~10명 모여서 수다떨고 술 한두병 먹고 그런게 아니다.

진짜 무슨 바에서 70~100명 정도 모이고 / 가라오케(노래방인데 무대가 있다)에 200명이 꽉차고 / 술도 맥주, 와인, 칵테일 아니면 보드카, 위스키로 넘어간다.

왁자직껄한게 얘네 문화고 클럽에서처럼 춤추는 문화가 일상이다. 무대에 오르지 않고 춤추지 않으면 놀 줄 모르는 찐따 느낌...? 이런 문화를 꺼리는 나로서는 사실 아직 적응 중이고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좀 든다.

아참 대마 얘기 위에서도 썼지만 파티 같은 곳에서도 대마 냄새가 진동한다 ㅎㅎ 


그리고 생활 반경이 집 앞에 편의점, 맥날, 밥집, 카페 이런 게 아니고 마트 가려면 10분 걷기 / KFC 가려면 15분 걷기 등 이러니까 일단 뭘 하든 밖으로 나와야한다. 그리고 우리 기숙사 같은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시내랑 거리가 있어서 시내로 트램을 타고 나가야한다. 집돌이 집순이 성격인 분들에겐 고역이실 거라 생각한다. 제가 지금 생존을 위해 성격을 바꿔 먹어야하나라고 생각중이거든요...ㅎ


뭐 친구 없이 그냥 혼자 다니다가 유럽 여행이나 돌고 올 생각이면 그냥 다녀도 된다.

다만 4~5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도 아니고 그 사이에 친구 하나 없이 입꾹닫 하고 있다가 오는 건 너무 좋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를 만드려면 0번처럼 영어가 외국인과 프리토킹 될 정도로 선행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내성적/집돌이면 나처럼 누군가는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한가득한 교환학생 초반을 보낼 것이라 추측한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아 프랑스어를 잘하는 한국인 친구들을 좀 사겼고, 노르웨이 친구들을 사겨서 겨우겨우 화장실에서 샌드위치 까먹는 아싸 인생은 면했다만. 

여전히 파티 문화는 꺼려지고 (얘네 입장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행사는 딱히 흥미가 돋지 않는다. 


3.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돈 있어도 굶어 죽을 거 같은 상황이 싫으시면요. 


???: 요리 못하는 거? 아 유튜브 보고 배우면 되지~

ㅋㅋ

ㅋㅋㅋ

진짜로 빵만 먹으면서 살 빠지고 싶으신 생각이시군요 휴먼!

아직 체중을 재보진 않았지만 가끔 사진 &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들 마다 얼굴이 홀쭉해졌다 소리를 한다. 뭐 밥을 제대로 못먹고 계속 걸어다니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밥 못먹고 다닌다고 엄마아빠한테 혼났다. 사실 여기선 모든게 돈이고 초반에는 돈을 더 많이 쓰는 데, 생각보다 한국에서처럼 음식점이 길거리마다 있지도 않을 뿐더러 밖에서 사먹는게 돈이 꽤 많이 깨진다. 저녁 식사 한 번에 2~3만원?

애초에 캠퍼스에 매점을...못 본거 같..기도...하고...?

그리고 저녁 식사 같은 경우에도 한국처럼 냅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 먹는 게 아니고 예약 문화가 엄청 중요하다.

=식당 예약 안했으면 님을 위한 자리는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영어로 식당 예약 하는 법 정도는 진짜 달달달달 외우고 오길 바랍니다.

그러다보니 기숙사에서 밥 해먹는게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선택인데>> 요리를 못하면 이 선택지도 엄청난 고난이다

한국의 식재료랑 외국의 식재료는 어마어마하게 다르고 + 설사 아시안마켓이 있어서 한국 식재료를 구한다고 한들 참기름 한 통에 1만원이 넘고 라면 5개에 8천원을 찍는 어마어마한 물가를 보면 눈물이 주르륵 난다 ㅋㅋ

결국 여기 있는 식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해야하는데, 그게 또 쉬운 과정만은 아니라는 점. 

전자레인지?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사시던가 포기하던가.  커피포트? 마찬가지. 나는 오늘 25유로(3만원) 주고 제일 싼 거 샀다 그냥.

나는 정말 또 다른 행운으로 요리를 잘하는 형을 교환학생 메이트로 둬서 요리를 배워가는 과정이긴 하다만, 이 형 없으면 여전히 기숙사에서 굶는건 여전하다.


4. 의식주가 되.....긴.. 되는데......


밥?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옷? 거기서 사면 되지~

집? 기숙사 있잖아?


ㅋㅋㅋ

밥> 3번에 길게 기술했지만 만약에라도 이 글을 읽는 분께서 음식이 안맞으신다면 고생을 좀 할 거다. 제 같이 간 메이트 형님은 양식이 입에 안맞으시는 상황이다.

옷> 나는 그래도 캐리어 하나를 투자해서 옷을 좀 많이 가져왔는데 메이트 형님은...ㅠ 옷 산다 산다 말만 지금 한달째이다. 생각보다 옷이 얇거나,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좀 많다. 

집> 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말이 좀 많은데 ㅋㅋㅋㅋㅋ 방이 무슨 폭탄게임/러시안 룰렛과 비슷하다. 내 방 같은 경우에는 화장실 변기커버가 없었는데, 이게 정말 다행인 수준이다. 어떻게 했냐고요? 그냥 제가 제 돈 주고 사서 끼우래요. 그래서 마트 가서 사서 끼웠습니다. 현타 빡세게 오더라고요 ㅎㅎ 다른 사람들은 가관이다. 1월에 난방이 안되는 사람도 있고, 전기가 안들어와서 랜턴 키고 산 사람의 경우도 있었으며, 냉장고가 안되는 사람도 있는 거 같다. 누구는 방에서 벌레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이런 경우에 내가 돈 내고 내가 고쳐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는 거 같다.


그래도 감사하란다. 집이 있는게 어디냐고, 밥 잘 먹고 다니는 게 어디냐고. 

이것조차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전세계 교환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있는 듯 하다. 좀... 그렇다.


5. 한국에서 당연하다고 느낀 건 여기서 전부 새로운 것. 

이런 거에 당황하고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라면 교환학생은 자신 멘탈을 향한 도전.


생각해봅시다.

한국에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빨래를 하고,휴대폰 통신사를 개통하고, 은행계좌나 카드를 만들고, ATM에 돈을 입금하고, 집 서류를 내고 등등

뭐 '어려운 일'까진 아니다. 그냥 말 몇번이면 해결되는 문제도 있고 버튼 띡띡띡 몇 번 누르면 해결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 나와보니... 이게 진짜 ㅎㅎ... 눈물을 부른다. 원래 눈물이 진짜 없는 성격인데 여기 와서 왜 이렇게 울 일이 많은 지 모르겠다.

언어를 모르니 장도 보기 힘들고 빨래도 못할 뻔 했다. 뭐 결제를 하고 누르라는데 이게 도대체 뭔 말이냐고. 그 당시에 핸드폰 유심도 오지 않은 상태라 와이파이에 의존해야 하는데 마트는 와이파이라도 되지, 빨래방은 와이파이가 안터짐. 그러니까 프랑스어로 써있는 빨래 앱이 영어로 조차 번역도 안된다. 와 나는 그냥 단순히 빨래 하려고 왔는데 이게 이렇게 큰 지랄일줄야 ㅋㅋ 마트에서도 ㅋㅋㅋㅋ 그냥 보드카를 사보고 싶어서 보드카를 샀는데 경보기가 삑삑삑 울렸다.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내 돈 주고 정당하게 물건을 샀는데. 알고보니까 금속탐지기가 걸려서 저기 가서 빼고 오랜다. 그 과정에서 나는 흑인 경비원 앞에서 내 가방을 뒤집어 엎고, 영수증과 물건을 하나하나 대조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물건을 샀다. 동네 슈퍼에서도 "가방 열어주세요"는 이제 일상. 하도 훔쳐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하는데ㅋㅋ 처음에는 "나한테  왜 그러지?"라는 당황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핸드폰 개통도 진짜 쉽지 않았다. 핸드폰을 개통하려면 EU 계좌가 있어야 하는데, EU 계좌를 만드려면 EU 번호가 있어야 함.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한의 소용돌이...^^

추후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2주짜리 8기가 "번호를 주는" 유심을 샀었다. 그리고 그 번호를 이용해서 은행 계좌와 핸드폰 유심을 만들었다. 근데 이게 유심이 배송이 와야하는데 ㅋㅋㅋㅋ 유심은 유심대로 배송이 늦어지고, (심지어 내 행정 착오로 추적도 안됐다) 2주짜리 유심은 번호가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면서(쉽게 말하면 KT 2주짜리 사서 LG U+로 넘어간거다) 2주보다 빨리 종료됐다. 유심이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중간에서 벙찌는 상황. 

은행 계좌는 그나마 정보 조사를 좀 해갔고 외국에도 한국의 카카오뱅크처럼 레볼루트라는 은행이 있대서 그나마 순조롭게 해결했다. 그러나 이것도 프랑스에 거주하는 데 비자가 뭐 달라서 프랑스 IBAN(유럽 계좌번호)이 안나오는 등 거지같은 상황이 여전히 -ing이다. 실물 카드도 배송 완료라고 떴는데 정작 사감실에선 아무것도 온게 없댄다. 카드가 중간에서 없어졌거나 배송이 꽤나 많이 밀리는 듯하다. 후자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후자는 워낙에 여기서 흔해서.


+ 레볼루트가 프랑스에서 ATM 입금이 안돼서 한국에서 가져온 꽤 큰 현금을 내 계좌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한국인 친구가 도와줘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만....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 몇 백 유로에 달하는 현금을 기숙사나 가방에 넣고다니는 거도 계속 찜찜한 문제다. 프랑스 은행에 대해서는 오우야... 프랑스어 되는 친구를 데려가도 고되고 험난한 과정이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ㅎㅎ 한국에서도 은행 계좌 만드는 건 힘든 일인데,,, 외국에서? 우와 ,,, 혹시 은행 헝데부는 잡으셨나요?


나는 1월 1~2주 당시 꽤 큰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들고온 책 사이에 숨겨두고 살다가, 달러>유로 환전소에서도 힙색을 맸음에도 미어캣마냥 조심하고 우연히 시내에서 들른 매장에서 보드카를 샀다가 괜히 오해받고, 앱으로 뭐 결제했다가 튕겨서 환불도 아직 ing 상태인 하루를 보냈다. 


그 외에도 모두가 혀를 내두루고 기겁하는 어마무시한 프랑스 행정이 있으나 ㅋㅋ이거까지 쓰면 우울증 걸릴 거 같아서 글을 줄인다.


+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밥도 제때 못챙겨먹고, 글에 쓰진 않았지만 인종차별도 뭐 3주만에 2,3번은 당했다.

여기 먼저 왔던 한국인 친구들 말로는 진짜 무서울 정도로 인종차별이 있었다고. 

성격 3주만에 진짜 많이 버렸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예민함이 요새 극도로 올라와 있어서 누가 나한테 해코지 하면 역으로 지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으면 안되는 나라다. 당연히 경계심이 올라와 있고 수시로 지갑과 귀중품을 체크한다. 


그냥 단순히 유럽에 대한 환상으로만 교환학생을 생각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외국에서 n개월 동안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을 채웠는지" 

부터 생각해보길 바란다. 

언어, 자본, 생활력, 멘탈 등이 조건이자 체크리스트일 것이다.

이걸 충분히 준비하고 와도 생각만큼 안풀리고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나 같은 경우엔 이게 안채워진 상태에서 3주 내내 발버둥을 치려니까... 솔직히 좀 지치고 버겁다. 이래서 교환 오기 싫었던 거도 있었다. 부모님 압박에 못이겨 자의반 타의반으로 교환을 왔지만, 아직까지는 좀...힘들다.

후회? 좀 된다. "교환학생 너무 행복했어요~ 인생에 좋은 경험이었어요~ " 뭐 이딴 이야기밖에 없어서 내 글이 좀 띠용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을 살아가는 나는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투쟁이다. 

2월에는 좀 더 적응해서 좋은 분위기의 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다.

나도 몇 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이렇게 거지 같은 경험만으로 내 유럽 생활이 끝나질 않길 바란다.

그러나. 나는 지금 바보다.


한국 집에 가고 싶다.

물론 한국 갈 수 있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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