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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죽당 Feb 09. 2021

크롱이 와 나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나의 하루는 이 친구의 발짓으로 시작된다. 작고 부드러운 발이 내 손바닥 위에 닿으면 네 발톱 세워 살살 긁기 시작한다. 여기도 긁고 저기도 긁고 그래도 내가 자는 척하면 시커먼 코로 이리저리 비벼본다. 게으른 친구가 눈  때까지 그의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같은 모습으로 잔다고 한다 딸 말로

딸아 고마워 사진도 몰래몰래 찍어줘서



똥을 쌀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언제나 내  뒤만 쫓아다닌다.  이건 정말 오십이 넘도록 처음 느끼는 경험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이 존재가 놀랍다 ㅡ


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며 동물과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인간 외의 생명체에게서 이토록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니 신비롭고 아름다운 삶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현관에서 나 기다리고 있을 때



내가 슬프게 울고 있으면 가만히 엉덩이를 내 몸을 비벼대며 따스함을 나눠준다. 내가  소리 내어 웃고 있으면 징이 울리듯 컹컹 큰소리로 작은 꼬리 살랑대며 둠칫 두둠칫 일렁이는 파동으로 온 집을 채운다

슈나우저 컷으로 멋 내고..



그의 삶과 내 삶이 스친  지난 10년이 참으로 소중했다. 코로나로 집안에서 집 옆 강가로 매일 반복되는 내 일상을 다채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내 친구..

너는 정말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지음(知音)이 아닐까

강가 늘 걷는 길


아침부터 밤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내 모든 일상에 그가 있다.  그가 없는 삶이 언젠가 오겠지만 나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함께 하는 모든 소중한 시간을

늘 감사하고 감사한다

크롱이 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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