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회사가 거의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생활은 캐나다 정부에서 코로나 지원금으로 매달 2000불가량 주고 있어서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어 어려운 줄 모르고 지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백수생활이 가져다주는 나태와 안일함으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오후에 일어나 아무 활력 없는 삶을 지속하는 내가 싫어서 그냥 캐나다 정부가 권장하는 jobbank 사이트에서 찾아 여기저기 지원을 해 보았다. 그중 하나인 농장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 보러 오라 해서 갔더니 온통 초록빛 가득한 비닐하우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평소에 흙과 식물을 좋아해서 이건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하기로 하고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했다.
정리를 기다리는 화분들
출근 첫날
앞에서 일하는 여자분이 계속해서 물어왔다.
"Are you okay?"
나는 대답을 할 힘도 없어서 머리만 끄덕였다. 작게 소분된 수천 개의 화분들을 정리해 끝도 없이 느껴지는 트레이를 계속 보관 선반에 올리는 게 주요 업무였다. 안 쓰던 근육이 다 움직이고 빠른 손동작으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아파왔다 눈물이 핑돌고 하늘이 노랬다. 나를 트레이닝하는 인도 분이 자꾸만 뒤집어 화분을 꽉 쥐어짜서 손으로 받아 정리하라는데 난 도저히 손가락이 아파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옆에서 돌아가는 흙 섞는 기계에서 나는 소음과 분진 등이 나를 멍한 상태로 몰고 갔다
그렇게 새벽부터 저녁까지 주야장천 일을 하고
그러고도 너무 힘들어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갔다.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일하다가 어떻게 돌아왔나 모르게 서툰 운전으로 돌아와 저녁 6시 반부터 꼬꾸라져 잠들었다. 내일 새벽에 또 어떻게 일어나지.. 난 정말 노답이다 까만 코가 풀어도 풀어도 계속 나왔다. 마스크를 바꿔야 하나 고민됐다.
이것이 내 농장에서의 첫날이었다.
작업대
무섭고 정확한 주인-보스 중의 보스
미친 듯 일하는 사람들-내 모든 편견을 깬 멋진 일꾼들
그리고 추웠다 더웠다 하는 비닐하우스
하루를 견뎠으니 사흘만 참아보자
과연 내가 삼일을 견딜 수 있을까???
이렇던 내가 직장을 다닌 지 한 달여 만에 깨달은 것은 내가 꿈꾸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나의 보스에 대해 말하자면 그의 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손은 재봉틀 바늘처럼 움직이나 눈은 저 상공에서 모든 걸 내다보는 매의 눈으로 일의 시작과 끝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바닥을 청소하다 어느새 내 옆에 서서 화분을 정리하고 정리된 화분 중 티끌만 한 문제라도 보이면 바로 지적을 날린다. 자신의 회사에서 나가는 모든 화분에 명예를 건듯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내가 한 번도 제대로 된 보스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떠한 잡일도 마다하지 않고 직원들의 일감과 보수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보스 중에 보스였다.
보스의 손
그러한 보스 밑에서 일해서 인지 회사의 모든 직원은 시키지 않아도 각자의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마치 천 개의 손과 눈이 일사불란하게 하게 움직이는 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하니 정말 어여쁜 화분들이 고객들에게 판매될 수 있게 준비되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나 자신들이 맡은 일만은 완벽하게 해 내고 있었다.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열심히 한만큼 보수가 보장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가 주는 특별한 작업환경이 나에겐 큰 기쁨이 되었다. 먼지로 느껴지던 흙이 어느새 포근한 생명의 따스함으로 다가오고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포슬포슬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같은 공간인데도 비닐하우스가 주는 매일의 변화가 빗소리로 새소리로 가벼운 산들바람으로 내 마음을 흔든다.
나는 매일 힐링하는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정신없이 초록빛 가득한 꽃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싱그러운 바람이 내 볼을 어루만지며 지나가 주고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비닐하우스 위에서 철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간다.
나는 멋진 정장에 격식을 차린 닭장 같은 직장보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이런 일을 좋아했었나 보다.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할지 알 수 없지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보스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곳을 지킬 수 있기를 이곳의 동료들이 행복하게 삶의 터전인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또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직장도 있음을 알게 되고 다양하고 폭넓은 시야의 직장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아직도 삶이 서툰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농장에서의 이모저모
The pandemic had nearly driven the company to closure. Still, monthly government aid of approximately two thousand dollars afforded us a level of income and a life of relative comfort. As time passed, however, I began to resent myself for sleeping in and passing each day in listless languor, the symptom of my unemployment. I, therefore, applied for several jobs at a government recommended job bank; a farm contacted me about my application and invited me to an interview. Upon my arrival at the farm, I was met by a limitless expanse of verdant greenhouses. Convinced, due to my love of soil and plants, that I would do well at the job, I decided to begin my first shift on the following Monday.
On the first day of work, an Indian woman before me repeatedly asked, "Are you okay?"
I merely nodded; I didn't have the strength to answer. My principal tasks consisted of sorting thousands of sectioned pots and transporting a seemingly infinite number of plant trays onto a storage shelf. I was using muscles I hadn’t used in years, and every joint in my fingers ached from the rapid motions of my hands. Tears sprang to my eyes. The sky seemed to turn yellow. The Indian woman who was training me instructed me to flip the pot, squeeze it, and weed the soil, but the pain in my fingers prevented me from following her instructions.
My mind grew numb from the din and dust of the soil mixer.
I worked ceaselessly from dawn to dusk; I was too exhausted to eat or use the washroom.
After a day of relentless toil, I found myself clumsily driving home. I curled asleep by half past six.
Would I be able to repeat the process tomorrow? I was completely hopeless…. No matter how many times I blew my nose, I would inevitably find dark specks of dirt in the discharge.
I wondered if I needed to change my mask.
That was my first day at the farm.
An intimidating, fastidious boss— a boss among bosses.
The industrious workers— men and women who have allowed me to overcome my prejudices.
The greenhouse with its erratic temperatures: one minute cold, the next, hot.
I’d endured one day; I wanted to see if I could endure three.
Would I be able to survive three days at the farm?
A month later, such doubts had vanished; I realized that I’d found my dream job.
The boss’ hands, like the needle of a sewing machine, moved with utmost precision. With the all-seeing eyes of a hawk, he completed each task from start to finish with thorough care.
One moment he would be cleaning the floor, and the next he would be standing next to me, organizing the pots. Even a small mistake would incur his immediate criticism. He worked as if his honour depended on each plant leaving the nursery.
He made me realize that I had never been a proper boss. He would gladly undertake even the most menial tasks, and would guarantee his employees work and pay.
With such a man as their boss, the workers naturally gave their utmost to their work. And, like a thousand arms and hands working in perfect harmony, the workers together crafted beautiful planters ready for sale.
These men and women dressed freely, unheeding of convention and formality. Yet, they completed each given task to perfection. They worked as much as they wanted and were guaranteed pay according to their work. I could see that all the workers were happy to work.
Finally, the greenhouse offered a special work environment that, for me, was a great source of happiness.
The soil, which I’d once regarded as dust, now seemed to bear the warmth of life, and its softness touched me beyond words.
My heart swayed at the changes each new day brought: sounds of rain, the call of birds, a light breeze.
Everyday I go to work feeling rejuvenated.
As I pass time among the emerald flowers, a cool wind caresses my cheek. Migratory birds sing as they fly by the sun-soaked greenhouse.
I guess I’ve always preferred a free and active occupation. I don’t know if I will be able to continue the job once the pandemic is over, but I hope so.
May the boss, in good health, protect this place for years to come, and may my co-workers happily flourish in the site of their livelihoods.
Still, I hope more people recognize the existence of such occupations and accordingly choose their jobs with a broader perspective.
Still an amateur at life, I’ve yet again grown into a newe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