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 누구나 아는 화가가 되었다.
그가 남긴 작품만 해도 2,000점에 이른다.
그의 삶과 그림은, 무엇보다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하나의 각고의 노력 덕에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
많은 부유층이 그의 그림을 소장하고, 수많은 이들이 그의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삶에 위로를 보낸다.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그의 그림이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그토록 많은 위로를 받았을까?
사람은 반드시 위대해져야만 위로받을 자격이 생기는 걸까.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무언가 해내야만, 글을 써야만
사랑받고, 위로받고, 이해받을 수 있는 걸까.
고흐는 죽기 전, 이렇게 말했다.
“산다는 건 고통인 것 같다.”
빛을 받지 못한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들을 생각한다.
평범하고 소탈하게, 이룬 것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고흐가 아니어도,
위대해지지 않아도,
이름도 없이 도처에 널린 이들을 생각한다.
혹시 내 앞에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에도
고흐처럼 외롭고 고단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않을까.
“왜 나눠야 해? 내가 열심히 한 건 다 내 건데.”
이런 말들이 익숙한 시대.
하지만 같이 살자는 말이 꼭 거창해야 할까.
고흐는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전에,
그저 안쓰러운 한 사람이었다.
그의 삶이 발굴되지 않았다면, 그는 그저 그렇게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특별하지 않아도,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생각한다.
우리가 고흐가 되지 못했어도,
그 누구든 결국 사람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누지 못할 이유도 없다.
발굴당해야지만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라,
발굴당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나눠주는 사회를 원한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도 그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사회.
고흐가 아니어도, 누구든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