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교사의 자기 생일맞이하기
교사들은 방학이 있는 대신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곤 평일에 휴가를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놀랍게도 그 특별한 사유로 인정되는 날 중의 하나가 본인의 생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교직 생활 중에 본인의 생일을 사유로 휴가를 쓴 선생님은 단 한분도 뵌 적이 없지만, 연차가 아주 많이 쌓이고 학교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면 내 생일에 언젠가는 꼭 한번 휴가를 내보리라 다짐하곤 했다.
하루라도 더 쉬고 싶다는 일차원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고, '나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가 익숙지 않고 부끄럽다.'라는 적당한 껍데기 속에 '잊히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숨겨놓은 탓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란 본인의 행복보다 학생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딱히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내가 존경하는 수많은 참 교사 들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개의치 않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많은 학생들의 기억에서 자연스레 잊히는 교사가 되고자 했다. 스승의 날에 찾아온 학생들에게 많은 인사를 받지 않더라도, 그 학생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의 가르침의 도움을 받아 잘 살고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3년간은 나의 관점에서 더없이 훌륭한 교직 생활을 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얼마 전 지금의 학교에서 맞이한 첫 번째 생일부터 나의 기준엔 지나치게 행복한 교사가 되고 말았다. 동료 선생님들의 축하에 더해 학생들이 선물해 준 잊지 못할 시간들 속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나를 깨달았고, 생일자 머리띠를 하루 종일 하고 있으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거절하지 않는 나를 보며 나 역시 사랑을 갈구하는 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발전이고 뭐고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볼까 싶다가도 학교가 단순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공간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을 더 보채게 된다.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는 건 좋지만, 세상의 잣대에 치여서 하고 싶은 일들을 양보하고 살게 하고 싶진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