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시, 함께 걷기 시작한 계절

결혼 23년 차의 우리에게

여행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다시 나란히 걷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 살아온 세월이 길수록

서로의 속도는 조금씩 달라졌다.


한 사람은 앞서 걷고,

한 사람은 잠시 뒤에서 멈춰 서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가볍게 마음을 맞추기로 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으니,

함께 같은 길을 걸어보자고.


그날의 공기,

가을의 첫 냄새,


손끝에 스치는 바람이

묘하게 낯설고 또 익숙했다.


그렇게 다시 걸었다.

화려하지 않은 길,

하지만 오래 기억될 길 위에서.


걸을수록,

오래된 우리 대화의 리듬이 되살아났다.

묵음처럼 남아 있던 말들이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 여정은 단 한 번의 여행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가을의 숲에서 시작해

겨울의 바다를 지나,

봄의 거리와 여름의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여전히 배우고 있다.


같이 걷는다는 건

같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기억하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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