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변방연극제 관람 후기
서울변방연극제는 올해 처음 방문해 보았다.
몇 가지 궁금했던 작품이 더 있었지만,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라는 아리송한 제목에
이끌려 예매하고 첫날 관람하고 왔다.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
이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러 번 곱씹으며 설명을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작품
15분 간격으로 예매를 하는데,
정각에 딱 한 표가 남아 있어서 그 자리를 예매했다.
그래서 나는 비어있는 좌석에
가장 먼저 들어가 앉게 되었다.
공간에 들어서기 전,
룰을 꼼꼼하게 읽는다
소규모 블랙박스 공연장에
수영장인 것 같은 형태를 갖추고,
총 네 개의 좌식 소파와 조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밑으로 파인 무대에 아주 작은 배와 튜브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
머리에 힘을 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꼭 의미를 찾아야 할 것만 같았는데
자리에 있던 안내문을 읽으니,
이 자리에선 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도 될 것 같았다.
불이 다 꺼졌다.
암흑 속에 홀로 남겨졌다.
작은 불빛이라도 나타나는 걸 기다리며
눈을 잠시 감았다가,
무서워져 눈을 떴다.
들어오며 마주친 안내 도우미 분과
안쪽에 계셔서 마주치지 못했던
누구인지 모르는 분이 계신 곳을 응시하며
제발 이 암흑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파도 소리가 점점 커진다.
나를 덮쳐버릴 것 같은 파도소리와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한 암흑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어나서 나가고 싶을 정도의 두려움에 잠길 무렵
작은 전구에서 파란 불빛이 반짝였다.
“아, 살았다” 안도했던 순간이었다.
이제야 관람자의 태도로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주의 깊게 보며 머릿속에서 궁금증을
마구마구 발산하기 시작했다.
저 작은 배가 나일까,
형형색색 빛을 내뿜는 전구가 나일까,
찰랑거리는 또는 쨍그랑거리는 종이 나일까.
지금 피곤에 쌓여
무대 한 귀퉁이에 앉아있는 나는 관람자일까,
한 명의 퍼포머일까
남은 세 자리에는 누가 앉게 될까,
그들은 무슨 표정을 지으며
또 무슨 생각을 할까
….
그 외에도 아주 단순하고
또 아주 복잡한 생각을 이어갔다.
파란색 조명,
주황색 조명,
노란색 조명,
각각이 상징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이 음악과 소리는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15분 간격으로 똑같은 연출이 나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은 걸 세 번이나 보기엔 힘들 텐데
에이 그럴 일은 없겠지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배고프다,
공연 끝나면 뭐 먹지
하.. 오늘 진짜 참 고되다
온몸이 쑤신다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안내문을 다시 읽었다
망망대해 속 배가
표류하듯이
생각을 잡아두지 말고
흘려보내자
넘치도록 쌓인 하루의 피로가
어느새 누그러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45분 간, 15분씩, 3번의 변주 속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작품과 빛, 소리, 조명 등
각각의 요소들의 의미를 찾다가,
마지막엔 내가 이 바다인지 수영장인지 모를 곳의
하나의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바다 안에 있었다.
바다가 나를 품고 있었다.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
그다음 말이 궁금했다.
연출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나는 이렇게 뒷 말을 완성하고 싶다.
“여기가 수영장은 아니잖아.
나는 이곳, 지금 여기를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되는,
답을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종착지 없는 표류의 순간이라고 부르고 싶어.
끝을 알 수 없는 표류 속에서는
두려움에 압도될 수 있지만,
작은 불빛에도 금세 안도할 수 있기에
다시 한번 나를 내던질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생각할 수 없는
감상의 한 줄이
누군가의 작품을 기억하고,
또 궁금해지는 하나의 틈새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