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은 위연이 반골기질의 상을 가졌다 하여 항상 조심하고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위연처럼 타고난 반골기질 상도 아니고 하는 족족 딴지나 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의문이 드는 게 있었다.
학교에 가면 학기 초에 작성하는 문서가 있었는데 가정환경조사서라고 해서 집에 TV는 있지는 자가용은 있는지 부모님의 직업과 직책 심지어는 부모님의 월급 액수까지도 묻는 조사서였다. 그중에 취미와 특기를 쓰는 난이 있었는데, 조사서 작성법을 알려주던 선생님은 꼭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취미에 독서라고 쓰면 안 된다. 독서는 평소에 하는 거야".
어릴 적 선생님은 신의 영역이라고 해서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기에 금과옥조로 여겨온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 당연히 맞는 것이라 생각했고 취미난에는 독서 이외의 것을 적어갔다.
하지만, 늘 드는 의문이 왜독서가취미면 안되냐였다. 물론 나는 축구나 야구, 짬뽕(글러브와 배트없이하는 손야구), 누나와 종이인형 옷 만들고 색칠하기 등의 취미가 있었지만,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기에 그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설령 특기가 독서인들 어떠랴.
지금 아이들은 학교에 제출하는 가정환경조사서가 있는지 다른 경로로 아이의 가정이나 가족에 대해 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취미가 독서면 안되는지 궁금하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그동안 미루어뒀던 책, 책을 읽어야겠다. 우리나라는 노벨상 수상 작가를 둔 위대한 나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