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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하루

닮은 사람

by 심횬


바쁘게 정신없이 매일매일 시간을 쫓아가며 보내다가

그만 빵빵이 기름 넣는 것에 합리화를 했다.

'오늘까진 괜찮겠지, 잠깐인데 괜찮겠지'

하루쯤 더 갈 수 있겠지, 다음날 또 하루쯤 갈 수 있겠지, 그러다 출근하는 날 아침 시동을 켜고 50 미터쯤 갔을까? 갑자기 차는 꿀렁꿀렁 크르르르릉... 처음 듣는 소리를 내며 힘이 없이 서버렸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미련한 나의 합리화로 벌어진 일이니 우선은 오고 가는 차들에게 민망해졌다.

그리고 오래된 내 차에게 미안해졌다. 그리곤 곧장 나를 원망했다. 뭐가 그렇게 더 중요하다고 이걸 놓쳤을까? 합리화하며 주유등에 불이 켜진 차를 4일째 끌고 다닌 미련함을 원망했다.


가까운 지인, 사랑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 나의 미련함을 쏟아냈다.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상대는 말이 없다.

곧, 웃음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랬었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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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쯤 썼던 노트북 자료를 정리해 새 노트북으로 옮기려 뒤죽박죽 자료를 한 폴더에 넣었다. 용기 있게 바탕화면에 폴더를 만들어 쏙쏙 넣고 나서 이제 옮겨야지 할 찰나에 이상한 폴더가 보여 삭제 버튼을 눌렀고, 용량이 커서 휴지통으로 보내지 못하니 영구 삭제 하겠냐는 메시지가 떠서 yes, 그런데... 바탕화면 자료 폴더가 통째로 삭제가 된 것이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일인가 싶어 여러 차례 확인했다. 6년 동안 모아둔 자료는 없었다.

깜짝 놀라 전 학교 마스터(학교 pc유지보수업체) 이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니, 복구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게 도와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둘이 어째 그래 똑같은교"


"네?"


(자료복구는 되지 못했다.)


우린 왜 이렇게 닮았을까? 서로 바빠 자주 보진 못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통화를 하면 너무 비슷한 상황에 있을 때가 많았다.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이 그런 걸까... 세상 살아가는 데 나 같은 사람이 있음이 너무나 힘이 된다. "닮은 사람", 지금도 나와 비슷한 뭔가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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