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흙이 묻어 닿는다.
여리디 여린 가느다란 몸이 흔들린다.
바람도 흙도 그저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니
어쩌다 내게 닿아 멈춘 것뿐이니.., 그려려니
뜨거운 햇살이 어제보다 강렬해
애써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 내 비친다.
그저 열심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니, 그것이 좋아 열정을 다하는 것이니.., 그려려니
잔잔 했던 바람이 오늘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세차게 들이닥친다.
막아서려 힘을 줘보지만 부러질 것 같아 내버려 둔다.
그저 온몸을 바람 길에 맡길 수밖에,
그래야 오래 버틸 테니.., 그려려니
한참을 바라본다. 열심히 찍어댄다.
두 볼 빨갛게 상기되어 찍고 또 찍는다.
겨울바람 가시고 따뜻한 봄바람에도 눈길 한번 없더니, 이제야 틈이 생긴 듯 발걸음이 앞에 놓이니,
연신 찍어대며 웃는 얼굴.., 그려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