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볼까?
나는 2017년 지방 일반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2018년 1월부터 면단위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에 발령받은 후로 한 번의 전보를 거쳐 2020년 11월에 정신적 문제가 신체적 문제로까지 이어져 6개월간의 질병휴직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내신성적이 7등급에 육박(?)할 정도로 꼴통 중에 꼴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안 다닌 적이 없는데 힘들게 돈 벌어서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에게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게 중·고등학생 때 학교가서 놀고 자고 집에 와서 게임하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심지어 고2 때 실용음악을 하고 싶어 몇 달을 졸라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공부와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2년 정도 실용음악을 배웠는데(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막상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의무감을 가지고 하다 보니 점점 하기 싫어지고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재수 준비 중에 수능 반수반을 개강한다는 재수생 친구의 말에 돌연 수능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어 4개월 만에 정말 운 좋게 지·거·국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운 좋게 들어갔으면 대학교가서라도 열심히 공부했어야 하는데 군대 갔다 오면 다 까먹어~라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신나게 놀아재꼈다. 정말 신나게..
롤이라는 게임에 빠져 인생 처음으로 밤낮이 바뀌고 학교 시험에도 제대로 출석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창피하고 후회스럽다.
그리하여 얻은 것은 입대 전 마지막 학기의 67/68의 등수였다. 68등은 학기초부터 얼굴을 보지 못한 출석조차 안 하는 친구였다. 하하하...
하지만 그때는 군대 다녀와서 열심히 하면 돼!라는 생각만 하면 행복했다.
전혀 내 인생에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왜 그랬지?)
그렇게 입대를 하게 되고 전역이 다가오면서 점점 불안해졌다. 그동안 내가 한 게 뭐 있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돈 벌어서 밥 먹고 살지? 그동안 힘들고 귀찮아서 미뤄왔던 생각들이 자꾸 떠올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연등시간(군대에서 취침시간 이후에 공부하는 시간)에 만화로 된 영어 문법책을 들고 올라가 후임들을 괴롭혀가며 초등학생 때 했어야 할 기본적인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20대 중반에 be동사 현재형 3가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영어 공부 몇 년을 했는데.. 한심)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게 되고 복학 후 한 학기를 정말 열심히 다녔다.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토익학원까지 등록해서 밤낮으로 학교와 학원 공부를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학교 축제 때도 공부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학기를 다니고 느낀 것은 대학교 공부가 정말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도 선배들 중에 번듯한 직장 잡아서 졸업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정말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의지와 노력으로 공무원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인생역전! 앞으로 창창한 미래만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be동사 현재형 3가지를 깨달은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고생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