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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an 02. 2021

친숙하면서도 낯선 멕시코 음식

멕시코

 외국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외국 음식도 좋아하는 나는 평소에 멕시코 음식점에 많이 간다. 사실 멕시코 레스토랑이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다 보니 이제는 이색적인 외국 음식이 아닌 친숙한 음식이 된 것 같다. 멕시코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많이 기대되는 것은 음식이었다. 멕시코시티, 과나후아토, 산 미겔 데 아옌데, 과달라하라 등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알던 멕시코 음식은 멕시코 음식이 아니었다. 


 멕시코 음식을 한국에서 많이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먹어본 멕시코 음식이래 봐야 부리또, 타코, 퀘사디아 정도가 다인 것 같다. 막상 멕시코에 가보니 뭔지 모를 이름의 메뉴가 많았다. 심지어 로컬 음식을 취급하는 레스토랑에 갔을 때 부리토와 나초를 달라고 했더니 점원이 단호하게 그건 '진짜' 멕시코 음식이 아니므로 자신의 가게에서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나초 대신 토르타를 내주었는데 사실 나초와 거의 비슷했다. 다만 한국에서와의 차이를 느꼈던 것은 곁들여 나오는 아보카도와 토마토였다. 정말 신선했고 특히 아보카도는 엄청 되직하고 진했다. 

토르타와 아보카도


 한국에서 타코, 퀘사디아 등을 먹었을 때는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화려했는데 막상 현지에서 나온 음식들은 굉장히 심플했다. 메뉴 이름이 버섯 퀘사디야면 딱 버섯만, 치즈 퀘사디야면 딱 치즈만, 주재료만 정직하게 들어가 있는 투박한 맛이었다. 다양한 타파스도 눈길을 끌었는데 옥수수 등 각종 재료로 속을 채운 토마토, 프라이드 아보카도 등이 있었다. 튀긴 아보카도는 꼭 호박 같은 맛이었다.

퀘사디야와 타코


 낯선 메뉴판을 보며 감으로 이것저것 찍어서 주문을 하는데 항상 팥죽 같은 이상한 소스가 등장했다. 이름이 뭔지 몰라 빼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뭐만 주문하면 등장했을 정도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음식이다. 팥이랑 비슷하면서도 밍밍하고 맛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팥은 아니고 프리홀레스라는 검은콩으로 만든 것이었다. 또 다른 낯선 음식은 포솔레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외관과 맛은 닭백숙과 굉장히 비슷했다. 특이하게도 이 수프에 생 양배추와 양파, 순무, 라임 등을 넣어먹는다.

프리홀레스와 포솔레




 밥보다 빵, 과자를 더 좋아하기에 그 나라의 간식 맛보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멕시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전부리는 엘로떼라는 옥수수다.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옥수수를 통째로 굽거나 알알이 컵에 담아 소스와 향신료, 치즈 등을 섞어 준다. 콘치즈의 그 맛을 기대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나도 낯선 맛이었다. 달달, 짭짤하기보다는 산미가 강했다. 결국 한입 먹고 조용히 컵을 내려놓았다.  

 멕시코의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유래한 헤라까야라는 디저트가 있다. 이것을 맛보기 위해 찾은 카페 마드리드는 60년 넘게 과달라하라에서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는데 서빙하시는 분들이 양복을 제대로 차려입은 백발의 노인분들이어서 인상적이었다. 헤라까야는 커스터드푸딩이었는데 평소 맛보았던 푸딩보다는 뻑뻑하고 계피 같은 맛이 강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엘로떼 옥수수와 헤라까야




 멕시코의 마실거리 하면 단연코 데낄라와 마가리타였는데 현지에 와보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술과 음료가 많았다. 그중 가장 내 취향을 저격한 것은 풀케이다. 용설란이라고도 불리는 아가베로 만든 술로, 막걸리같이 뽀얀 우윳빛을 띤다. 맛도 막걸리와 비슷하다. 

 데낄라 같은 도수 높은 술로는 메스깔이 있다. 용설란으로 만든 증류주로 무색무취라 데낄라와 차이를 잘 모르겠다. 메스깔을 주문하면 칠리 가루와 레몬, 라임이 곁들여 나온다.  

 알코올이 아닌 음료로는 오르차타가 있다. 뽀얗고 묽은 오르차타는 아침햇살과 비슷한 맛이었는데 달달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풀케와 메스깔


 한국에서는 항상 맛있게 먹었던 멕시코 음식과는 달리 현지에서 맛본 음식 중에는 입맛에 맞지 않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맛없다고 싫은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 맛보지 못한 미각의 경험이었고 새로운 느낌에 항상 기대되고 즐거웠다. 다시 멕시코를 가더라도 여전히 로컬 맛집을 찾아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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