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편씩 1,223일 동안 4,000편의 시를 필사했다.
태백산백 필사를 끝내고 매일 하던 필사를 하지 않아 허전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바빠서 깜빡해 버릴 땐 다음날 몰아서 하기도 했다.
가끔은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차 안에서 노트를 들고 집착하듯 할 때면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4,000편의 시를 필사하게 됐다.
생각보다 큰 감동은 없다.
오히려 1,000편을 했을 때가 더 뿌듯하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이제는 필사가 일상이 되어 그러지 않나 싶다.
필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를 잘 쓰고 싶은 것이다.
천부적 재능이 없기에 노력으로 극복하고 싶었다.
극복됐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시를 쓰는 건 처음도 힘들고 지금도 힘들다.
설령 늘지 않았다 하더라도 후회되거나 답답하지는 않다.
시는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를 보는 눈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술자리에서 허세 부리며 줄줄 외울 시도 몇 편이 생겼다.
깨고 나면 어김없이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그건 내가 아니라 술이 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시는 영혼의 양식이고 정신의 휴식처다.
오늘도 좋은 시를 읽으며 만년필로 시적 영감을 찾아가듯 꾹꾹 적어 나간다.
어김없이 필사적으로 필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