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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장을 넘기며......

by 효라빠

중고 책방에 들려 낯선 작가의 흔하지 않은 제목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많이 읽히지 않은 듯 했지만 책배에는 고목의 나이테 같은 흐릿한 검은 때가 타있다

휘리릭 넘기는 손끝에서 세상에 발 딛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갔지만

이름 없는 소설책처럼 조용히 사그라 들었을 손때 주인들의 삶이 그려졌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흔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기억으로, 누군가에게는 뼈저린 증오로...

모두 그렇게 살아갔고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긴 생을 산다 해도 100년 채우기 힘든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을까?

그런 나는 오래된 책배의 어떤 손때가 되어 있을까?

윤동주 시인의 [서시]처럼,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처럼...

마음은 그렇게 살고 싶지만 하루를 끝내는 발걸음은 자꾸 뒤를 돌아 보게 한다

고요한 서가에서 무심코 헌 책을 펼치며 달콤 쌉싸롬한 인생의 향기를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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