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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행운을 줄 수 있을까?

기업은행 2가 열개! (기업은행 22-222-22-222)

by 효라빠

나는 교대근무를 한다. 주말 없이 근무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일을 한다.

야간 당직 근무가 걸리면 오후 4시 무렵 자가용으로 출근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다.

그때 mbc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흘러나온다. 둘의 캐미가 좋고 말하는 게 재밌어 다른 방송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프로그램 안에 다양한 웃음이 있지만 가슴을 후벼 파는 이야기도 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라는 코너는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된다. 대부분 난치병이나 중병에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

이번 주에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소개됐다. 장 00 님은 자궁경부암으로 고생을 하고 계셨다. 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하는데 4년 몇 개월 만에 재발해 다시금 암과 싸우고 있었다. 싸우는 게 아니라 항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전적으로 힘들어 병원비와 약값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봐줄 가족이 없냐는 물음에 젊어서 이혼을 했고,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슴 한편이 찌릿했다.

문득 '이 할머니는 살면서 행운이 따라 준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시간상 할머니의 인생에 대해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분명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거라는 짐작이 됐다.

자궁암의 괴로운 통증이 온몸을 감싸고, 고통으로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도 못한다고 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들 것처럼 들려왔다.

모든 걸 내려놓고 삶의 끈을 놓아 버릴 수도 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계셨다.

짧은 인터뷰 중에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신했다. 사연이 방송을 타 도움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너무 고마워하셨다. 그럴수록 듣는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로 살아와 감사를 느껴보지 못해 작은 것에도 너무나 고마워하는 게 몸에 배어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정선희 씨와 문천식 씨가 도움 계좌를 불러 줬다. 두 개 중 하나는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번호가 쉽다. 기업은행 2가 10개(기업은행 22-222-22-222).

이제는 몇 번 계좌이체 해봤기에 입에서 번호가 편하게 나온다.

분뿐만 아니라 코너의 사연을 듣고 있으면 아직도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통장 잔고가 얇아진다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2를 연신 누른다.


그 작은 행운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동참해 주신다면 좀 더 커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남겨 봅니다.

참고로 계좌에 모인 금액은 1주일(매주 수요일) 동안 해당 사연 분에게 도움을 드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직접 전달(부채나 생활비로 쓰임 방지 차원)되지 않고 환자의 병원비에 결제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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