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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하면 '꽝!'입니다만......

by 효라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몇 달 전 소설을 마무리하고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200여 곳의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고, 그중 출판 의도가 맞는 곳을 찾아 59곳에 내 소설을 보냈다.

궁금 할거 같아 결과부터 말하면 '꽝'이다. 궁금하지 않다고? 이런~ 이런~ ^^;;

'꽝'이라니 어릴 적 문방구 벽에 붙은 종이로 된 당첨(?) 과자 뽑기가 떠오른다. 마음속으론 항상 종합선물세트를 기대하며 코 묻은 돈을 사장님께 드리고 추첨을 했지만 대부분이 꽝이었다.

간혹 '한번 더'가 나오긴 했지만 한 번 더 하면 여지없이 '꽝'이었다.

(과자를 뽑고 싶어 친구가 당첨되어 주인아저씨가 확인하고 흘린걸 몰래 주워 주머니에 숨겨 바꿔치기를 하려 했지만 손이 떨려 끝내 하지 못했다. 종이 쪼가리는 작은 손 안의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은 매주 소량의 로또를 산다. 짐작하셨다시피 여전히 '꽝'이다.

그래서인지 원고를 보내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크게 실망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길에서 合보다 不合이 많았고 그런 落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다.

힘든 운동을 하거나 매을 맞으면 몸이 단련되고, 맷집이 생기지만 운동 전의 괴로움과 맞기 전의 무서움은 고통을 인지하고 있어서 더 크게 와닿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던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이지 않나 싶다.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쉽게 컴퓨터 앞에 않질 못했다.

큰 바다에서 목적지를 잃고 헤매는 배가 된 기분이었다.

연료는 있으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맞긴 원양어선이 된 것 같았다. 다행이라면 큰 파도가 없었기에 유유자적 물살을 느끼는 건 좋았다.

그동안 글 쓰느라 읽는 시간을 줄 일수 밖에 없어 쉽게 손에 들지 못했던 두꺼운 벽돌 책들을 여유롭게 읽었다.

오랜만에 글을 써서인지 지금 쓰는 글이 방향을 잘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여나 말이 안 되면 알아서 이해해 주세요.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저 보다 월등히 뛰어난 분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어쨌거나 저째거나 이 글을 쓰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생존 신고이며, 다시 글을 쓸 거라는 의지의 표명이다.

어디서 듣기로는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도 몇 번을 출판사에서 퇴짜 맞았고, 유명한 누구 작가도 수없이 거절당한 후 소설을 출간했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그럴지 모르니 되든 안되든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야겠다. 퇴짜는 내가 훨씬 많다. 59번 흐... 흐... 흐...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 '밑져야 본전이다'처럼 손해 날건 없으니 또 부딪쳐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깨지겠지.

그러고 보면 인생이라는 게 거저는 없는 것 같다.

죽도록 해야 될지 말지 가늠할 수 있고, 어쩌다 됐다는 건 정말 운빨 좋은 극소수 인간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노력하고 노력해서 준비해 놔야 가끔 운이 찾아와 시기가 맞았을 때 무슨 일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나에게 그때가 안 왔다. 여기서 털어낼 건 털어내고 다시금 꿈틀거려 봐야겠다.

소설 투고는 '꽝'이었을지라도 각자 인생에 답이 없듯 우리 인생에 '꽝'은 없으니까.

하루를 살더라도 남이 뭐라 하든 내가 만족하면 성공한 인생이니까.

어쨌든 '안되면 말고...... 믿져야 본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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