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알간 햇볕 덩어리가 대가리를 거꾸로 한채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아니면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라도 있는 듯
그날을 그리워하며 홀로 남아 외로이 견디고 있다
하늘과 바람과 대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삶은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곤 소금물 같은 눈물을 흘리고 달궈져 끈적거리는 땀을 흘리며 서서히 익어간다
핏물보다 더 붉고 태양보다 더 뜨거운 붉은 가슴이 된다
가슴은 향기를 내뿜는다
멀리서 날아와 지친 새들은 가슴에 포근히 앉아 곤히 잠들곤 한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떨어져 버려도 그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죽음이 아니라 다시 태어날 씨앗이 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는 시나브로 홍시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