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 있는데요

<오즈의 마법사>

by 이지인북

도로시와 세 친구들, 그리고 강아지 토토가 펼치는 모험이 즐거운 책, <오즈의 마법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경로로 만나보았을 이야기다.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이어진 이야기가 14권까지 나왔다고 하니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을 것이다. 유명한 뮤지컬 <위키드> 역시 이 오즈의 마법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어른이 되어 만난 <오즈의 마법사>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건 도로시와 함께 오즈를 찾아가는 세 친구들이다. 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 심장을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용기를 갖고 싶은 사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로시에 비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그들의 소망은 간절하다. 위대한 마법사 오즈라면 줄 수 있을거야! 부푼 꿈을 안고 오즈를 만나러 가는 그들 앞에 여러가지 고비가 다가오지만 그들은 씩씩하게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에메랄드시에 도착한다.



이 과정에서 어릴땐 갖지 못했던 물음표가 생겼다. 뇌를 갖고 싶다던 허수아비는 위험한 순간마다 고민을 거듭한다. 그리고 기지를 발휘해 해결책을 찾아낸다. 심장을 갖고 싶다던 양철 나무꾼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누구보다 감수성이 뛰어나 눈물도 많이 흘린다 (그래서 기름칠도 열심히 해줘야 한다. 눈물에 녹슬지 않기 위해). 용기가 없다던 사자는 친구들을 위해 두려움을 뛰어 넘는 도전을 일삼고 맹수 칼리다를 만났을 때도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으며 맞섰다.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오히려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는 세 친구. 그들은 왜 오즈를 찾아가는 걸까?


원하는걸 얻으려면 서쪽 마녀를 물리쳐야 한다는 오즈의 요청(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다)에 따라 또 한번의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도로시 일행은 오즈를 만난다. 그들이 만난 오즈는 안타깝게도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가 아닌 대머리에 주름투성이 얼굴을 한 작은 노인이었다. 풍선을 타고 날아오다 불시착한 곳이 에메랄드시였는데 구름에서 내려온걸 본 사람들이 마법사로 생각한 것이다.


너는 뇌가 필요 없어.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으니까. 아기들이 뇌가 있다고 많이 아는 건 아니잖아. 경험을 통해서만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단다. 세상을 오래 살수록 그만큼 경험도 쌓이는 법이야.

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허수아비에게 오즈는 뇌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배우는 것은 뇌로 하는 것이 아닌 경험으로 쌓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뇌를 갖기 간절히 원하는 허수아비에게 오즈는 뇌를 주기로 약속하며 뇌를 쓰는 방법까진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덧붙인다.


너한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자신감이야. 생명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위험에 처하면 두려워하기 마련이지. 그런 두려움을 이기고 위험에 맞서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란다.

용기가 갖고 싶은 사자에게는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주지만 사자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즈는 사자에게도 용기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글쎄, 그건 말이지, 네가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게 오히려 잘못인 것 같아. 심장은 사람들을 대부분 불행하게 만들거든. 그 사실을 알면 심장이 없는 걸 행운으로 여길 텐데.

오즈는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이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은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불행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한다.

심장이 있는 사람들은 왜 대부분 불행할까? 심장이 있음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들 중에는 기쁘고 행복한 것만 있지 않기 때문일까. 양철 나무꾼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행복이라고. 행복을 위해 심장을 얻고 싶다는데 심장이 사람들을 대부분 불행하게 만든다니... 오즈는 사랑의 양면성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을 택한 양철 나무꾼은 그 불행마저 행복의 일부인 것을 알았나보다.




내면에 깨닫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세 친구의 부탁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도로시의 부탁은 해결하기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오즈가 준비한 열기구는 도로시를 태우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지만 이 모험 속에서 도로시는 진정한 용기와 우정을 배웠다.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발견하는 모험이 된 것이다.


당신이 오즈를 찾아간다면, 무엇을 바라게 될까? 여러 얼굴의 오즈 앞에 서서 부탁하는 그것이 과연 당신에게 없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모양이 다를 뿐, 이미 오즈를 찾아가는 길에서 당신은 그 능력을 누구보다 멋지게 보여주었을게다. 간절히 원했던 그것이 사실은 이미 당신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오즈는 그저 깨닫게 해줄 뿐이다.오즈를 찾아간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