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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Aug 13. 2020

100년 전통의 미술대전 아키볼드

아트 갤러리 뉴사우스웨일즈 (Art Gallery of NSW)로 가자

호주의 가장 큰 미술축제가 펼쳐진다. 바로 아키볼드(Archibald), 윈(Wynne), 술만(Sulman) 시상식이다. 특히 아키볼드 시상식은 1921년부터 매년 4월 최고의 인물화를 선정하고 우승자(Winner)는 A$100,000 상금과 호주 미술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올해 COVID-19로 연기가 되기는 했지만 예외가 없다.


2020년 8월 10일부터 8월 14일까지 5일간이 작품 접수기간이라서, 작품을 실은 배달차량이 시드니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SW)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2020년 9월 17일 최종 입상자(Finalist)를 발표하고 9월 25일에 우승자(Winner)를 발표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들에게 사랑은 당연하다.  


아키볼드(J.F. Archibald)는 1856년에 멜버른에서 태어나서 24세가 되던 1880년에 언론, 신문의 중요성을 깨닫고 The Bulletin을 설립하였다. 불루틴지는 호주의 문화, 청치, 이슈에 관한 글을 쓰며 2008년 폐간할 때까지 호주 근현대 오피니언 리더 역할한 좌파성향의 간행물이다. 


특히 아키볼드는 젊은 화가들을 고용하여 만화와 삽화등을 그리게 했는데, 그 계기로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게 되었다. 아키볼드가 1919년 죽고 3년후 1921년부터 매년 인물화를 가장 잘 그린 호주의 예술가를 뽑아 상금을 수여함으로써 아키볼드상(Archibald Prize)의 역사가 시작된다. 또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호주군의 연합과 프랑스 문화를 사랑하는 유언에 1926년 프랑스 조각가에 의해 파리에서 분수를 만들고 1932년 시드니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그의 이름을 딴 분수를 공개하였다.  


그래서 100년 역사의 아키볼드 상이 호주 미술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권위가 있다. 또 풍경을 테마로 그리는 윈(Wynn)그리고 그외 테마, 벽화 등을 시상하는 술만 상(Sulman)이 대표적인 미술 시상이다. 참고로 아키볼드와 윈은 주립 미술관 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술만은 예술가 한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결정한다.  그외 도우 모란 인물화 상(Doug Moran National Portatrait Prize)은 인물화를 주제로 1988년부터 매년 시상을 하는데, 우승상금이 $150,000(한화 12억)로 가장 높다.    

 



위 그림은 2019년 아키볼드 우승자인 Tony Costa의 작품이고 모델은 Lindy Lee라는 예술가이다. Tony Costa는 1955년 시드니 출생으로 수차례 아키볼드, 윈, 술만, 도 모란상에 파이널리스트(Finalist, 입선)에 올랐었는데 처음 우승까지 하게 되었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작가보다 모델이었던 Lindy Lee이다. 그녀는 1954년 브리즈번에서 중국 부모 밑에 태어났고 어린 시절 백호주의 때문에 아시아 이민자 자녀로 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얼굴만 중국이지 중국말도 못 하는 외국인 취급을 받고 더 힘들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민자의 이야기라서 묘한 전우애가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호주인, 중국인이 아니라 예술가로 살기로 결심한 것 같다. 뉴욕, 영국, 홍콩, 일본을 여행하며 회화, 조각을 배우고 우리의 삶과 죽음, 가족, 정체성이 작품의 테마가 된다. 특히 중국의 불교사상이나 도교사상에 심취하여 그녀의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검은 긴 머리에 수도승 같은 옷을 입고 고요히 눈을 감고 손을 모으며 명상하는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기에 오히려 초록색의 넝마가 화려해 보일 지경이다. 그래도 승천하는 광대와 다무진 입술이 자아가 강하고 긴 눈이 깊은 영혼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호주인들도 2019년 아키 볼드 수상자인 Tony Costa보다 Lindy Lee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Tony가 질투가 났으려나? 그래도 상금은 모델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것이니 분명히 행복해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올해는 어떤 작가가 입상을 하고 최종 우승자가 될까? 지난 100여 년의 아키볼드 우승자를 살펴보면, 95명이 백인 작가였고, 85명이 남자였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백인 남자를 모델로 하였고, 작가는 NSW나 VIC 출신이었다. 그러니 호주인이기는 하지만 동양 출신의 여자 Lindy Lee를 모델로 한 작년의 우승작이 변화하는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 


이제 곧 호주 최고의 미술 축제가 시작된다. Brett Whiteley는 한해 동시에 아키볼드, 윈, 술만 3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었고, John Olsen, William Dobell 같은 국민화가로 명성을 이어가고 Del Kathryn Barton, Ben Quilty처럼 스타작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올해는 무슨일이 펼쳐질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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