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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엔 안성맞춤, 안성 서운산 자연휴양림

가을 정취 가득한 소박한 전원 마을

by Wynn

"선배, 혹시 서운산 자연휴양림 가보셨어요?"

얼마 전 절친한 회사 후배 녀석이 내게 물었다. 8월에 안성 서운산 자연휴양림을 다녀왔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은근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서운산 자연휴양림은 내 친가와 가까운 곳에 있고 근처에 있는 석남사에도 가끔 들렸기에, 문을 열 때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자연휴양림 중에 한 곳이었다. 숲 속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지만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기에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족들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휴양림이었다. 후배 녀석은 "시설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며 "꼭 한 번 들려보라"라고 휴양림 마니아인 나에게 추천해 줬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 큰맘 먹고 월요일 하루 연차를 냈다. 역시 예상대로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날은 예약이 조금 수월했다. 대기 순위 1번이었는데 며칠 후 예약 확정 문자를 받았다. 입실 시간인 오후 3시에 맞춰서 우리 가족은 서운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포천에서 안성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마둔 호수가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호수 위로 반짝이는 화사한 가을 햇살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집에서 출발한 지 정확히 1시간 10분 만에 서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 차단기가 있었는데, 휴양림 예약자들의 차량만 입장이 가능했다. 서운산 등산을 하는 일반 입장객들은 휴양림 앞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는 것. 신기하게도 서운산 자연휴양림에는 일반 입장객을 받지 않았는 듯했다. 우리 가족은 우선 방문자센터에 들려서 체크인을 하고 숙소 키를 받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 '비봉산'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체크인을 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고개를 돌려서 휴양림을 쓱 한 번 둘러보았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은 뭐랄까? 잘 정돈된 숲 속의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소박한 숲 속에 만들어 놓은 깔끔한 전원 마을 같았다. 서운산 정상이 547m로 산세가 험하지 않았고 중간을 가로지르는 계곡도 신도시의 공원처럼 조금은 인위적인 느낌이었다. 여느 자연휴양림처럼 울창한 숲이나 맑은 물 가득한 계곡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조금 아쉬운 것은 계곡 방향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서 탁 트인 남쪽 뷰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서운산 자연휴양림은 도시에서 가깝고 새로 만들어진 시설이라서 다양한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휴양림 입구에는 넓게 펼쳐진 오토캠핑장이 있었고 가을을 즐기려면 3~4대의 차량이 이미 도착하여 큼지막한 텐트를 치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가을이라서 낙엽들이 가득했다. 근데 물이 맑아서일까? 중간중간에 작은 물고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송사리처럼 보였다. 이곳을 추천했던 후배 녀석은 이 개울이 여름철 최고의 물놀이 공간이라고 했다. 물이 깊지 않고 깨끗하며,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얘기했던 곳이었다.

개울을 따라서 올라가니 큼지막한 잔디공원이 나왔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공간이었다. 아들 녀석은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달려오더니 내게 말했다. "아빠 딱지치기 하자" 이미 그 녀석 손에는 딱지가 하나 들려있었다. 나도 하나 박스에서 꺼내서 곧장 딱지치기를 했다. 잔디바닥에 놓여있는 아들 녀석의 딱지를 힘차게 내리쳤다. 넘어갔다. 아싸! 역시 나의 실력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옛날 실력을 발휘해 가면서 아들 녀석과 딱지치기를 즐겼다. 이곳 잔디마당에서는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딱지를 물론이고, 제기와 윷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언제든 아이들과 함께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 가족이 머물 숙소는 비봉산. 4인용 숲 속의 집이었다. 올라가는 중턱에 빨간색 벽돌로 된 2개의 숙소가 보였다. 오른쪽에는 청룡사, 왼쪽에 있는 것이 비봉산이었다. 중간에는 각각 1대씩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숙소당 2대의 차량 주차가 가능했고 청룡사 아래쪽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두 개의 창이 보였다. 테라스 쪽으로는 작은 창문이 있었고 바비큐 존으로는 큰 통창이 있었다. 바로 앞이 차들이 이동하는 공간이라서 작은 창문만 만들어 놓은 듯했다. 대신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옆쪽으는 시원한 뷰가 가능하게 했다. 거실과 함께 안쪽으로는 작은 방도 하나 있었다. 4명이 쓰기에 깔끔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새롭게 만든 건물이라서 텔레비전과 에어컨, 냉장고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창문을 열면 건너편의 푸른 하늘과 가을 옷을 입은 서운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비큐 존이었다. 숙소 오른편 외부에 마련된 작은 공간으로 안쪽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바비큐 그릴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장작 사용은 안되고 숯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 저녁 시간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설이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여기저기 억새풀이 가득했고, 마지막 가을을 담은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니 뷰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저 멀리 희미하나마 호수가 보일까 말까. 근처에 멋진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노란 은행잎도 근사하게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가을의 양탄자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다시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가장 위쪽에서 근사한 숲 속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자세히 보니 서운산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 명칭은 안성 8경을 표현한 것들이었다.

가장 아래에 있는 노란색의 안성맞춤랜드와 팜랜드, 그리고 가장 위쪽에 있는 6개의 숲 속의 집은 미리내, 칠장사, 석남사, 금광호수, 고삼호수, 서운산 등 안성 8경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모두가 디자인이 달랐는데 직원분께 물어보니 각자의 특색에 맞춰 건축 디자인이 되어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 천장이 통유리로 설계되어 자연 채광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특별하고 매력적인 디자인들이었다. 모든 숙소에는 우리 방과 마찬가지고 근사한 바비큐존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을 둘러보다 보니 서운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2곳이 있었다. 잔디 광장에서 오르는 길과 가장 꼭대기 숲 속의 집 옆으로 서운산 정상(547m)을 향하는 길이었다. 안내도를 살펴보니 정상까지 약 40~5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넉넉잡아서 왕복으로 약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가능한 산행이다. 체크인하면서 직원분께 물어보니 초보자들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시간이 된다면 서운산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즐겼다. 하얀 구름과 산뜻한 바람,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나는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나는 가족들과 함께 반짝반짝 별 빛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으로 소박한 여유를 즐겼다. 바로 이게 내 삶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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