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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악으로 갚으면 벌어지는 일들

by 일상리셋

악을 악으로 갚으면 벌어지는 일들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누군가 나를 험담하거나, 이유 없이 손해를 끼치거나, 내 진심을 배신하는 순간 말이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나도 똑같이 갚아주겠다.” 이 본능적인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선택이 결국 더 큰 상처를 낳는다는 데 있다.


악을 악으로 갚으면 처음엔 통쾌할 수 있다. 나를 괴롭혔던 상대가 고통받는 걸 보면 억눌렸던 분노가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 순간의 쾌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상대의 반격이 돌아오고, 갈등은 더 깊어진다. 결국 둘 다 상처만 커지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건 마치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불길은 더 커지고, 불타는 건 결국 나와 내 주변까지다.


심리학에서도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보복의 악순환(revenge spiral)’이다. 상대의 공격에 똑같이 대응하면, 그 역시 다시 보복하려 들고, 갈등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작은 오해가 시작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은 커지고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전쟁이든, 직장 내 갈등이든, 심지어 가족 간의 다툼도 이 패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무서운 건, 악을 악으로 갚는 순간 내 안의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이다. 원래 나는 내 삶을 가꾸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힘을 복수와 분노에 쏟아붓게 된다. 그러면 상대는 여전히 내 마음을 차지하고,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내 시간을 빼앗기고, 내 삶의 질도 떨어진다.


반대로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멈춰 설 때,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상대는 의외로 더 이상 싸울 명분을 잃는다. 내가 반응하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는 점점 꺼져간다. 물론 당장은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으로 보면, 그 선택이 오히려 내 마음을 지키고 관계의 균열도 줄인다.


역사에서도 이런 예는 많다. 누군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쳤을 때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대화를 선택하거나 더 큰 그림을 본 지도자는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되고 존경받았다. 작은 개인의 삶에서도 원리는 똑같다.


살면서 억울한 순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악으로 갚겠다는 마음을 선택한다면 결국 내 삶은 분노의 연속이 된다. 반대로 잠시 멈추고, 내 안의 분노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내가 자유로워진다. 상대를 용서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결국 악을 악으로 갚으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 그러나 악을 선으로 바꾸려 애쓰는 순간, 최소한 한 사람은 더 이상 그 악순환 속에 머물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선택일지 모른다.


#악순환 #보복의대가 #관계의지혜 #내마음을지키는법 #삶의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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