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웹툰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웹툰을 보는 시간이다. 요일마다 보는 웹툰이 정해져 있어서 아침마다 구독하는 웹툰을 챙겨 보고 있다. 월요일은 '미생', 수요일은 '쌍갑포차'의 날, 금요일은 ‘퀴퀴한 일기’, 토요일은 '내일'의 날이다.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요일에도 모두 챙겨 보고 아끼는 웹툰들이 있다. 집에서 회사까지 딱 30분 거리일 때는 출퇴근 시간 모두 웹툰을 봤는데, 요새는 출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보면 웬만하면 그날의 웹툰은 모두 보게 된다.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웹툰은 오랫동안 봐왔는데, 영화만큼 장르에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 일상 등 잡식인 편이다. 호러나 공포, 아주 B급만 아니면 스토리 위주로 흥미를 갖고 완결될 때까지 매주 챙겨 본다. 내게는 영상보다 훨씬 접근하기 쉽고, 완전히 몰입하지 않아도 되니까 출근길에는 딱이다. 거기다 적당히 집중하니까 이동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사람들 틈에 끼어 있어도 참을 수 있다. 두 번이나 환승을 해야 하는데, 이어폰을 하지 않으니 내릴 역을 놓칠 일도 없다. (어쩌다 보니 출근길에 웹툰을 봐야 하는 이유를 적고 있었네.) 아무튼 매일 아침 웹툰을 챙겨보는 건 일상에서 갖는 하나의 여유이자 즐거움이다.
그렇게 보아온 작품들이 꽤 쌓여있는 걸 보니 나도 참 꾸준하게 봤구나 싶다. 하나의 작품을 10년 넘게 연재한 작가도 있고, 여러 작품을 내면서 유명해진 작가도 있고, 신입인 작가들도 있지만, 웹툰을 볼 때마다 매번 웹툰 작가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기본이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인물 구성, 세계관까지 대단한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요새는 스토리 작가와 협업을 하거나 웹 소설을 기반으로 그리는 작품도 많지만, 그런 것 없이 기획과 작업 모두 혼자 하는 작가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쉽게 누리고 소비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지만, 아끼는 작품은 기꺼이 유료 결제를 하고 있다. 스토리를 미리 본다는 이점도 있지만, 이렇게 멋진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돈을 더 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로 보는 웹툰이었는데, 자꾸 그 뒤에 앉아있을 작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의 고된 노동에 비해 너무나도 쉽게 폄하되는 직업이 아닌가. 밥벌이가 고단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쉬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마움을 이렇게나마 표현한다. 오래오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