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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진곤 Aug 14. 2024

사고를 늘리기 위한 기록 방법



글쓰기 수업이나 강의를 들으면 대부분 '글을 잘 쓰려면 일상을 기록하라'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써봐도 이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건지 감이 안 옵니다.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느는 게 맞는 건가요? 물론 어떤 글이든 쓰다 보면 느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일기만 쓰면 일기를 잘 쓰게 되죠. 우리가 진짜 원하는 생각(혹은 사고)을 늘리기 위한 기록 방법입니다.




기존의 일기 사건과 감정에 집중합니다. 거기에 더해 짧은 본인의 생각을 더하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오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평소 먹던 아이스가 아닌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사건) 주말에 이렇게 카페에 와서 여유를 부린 것이 얼마인지 모르겠다.(생각) 기분이 참 좋다(감정)"


와 같이 적는 것이죠. 물론 짧은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어린' 글을 예시로 들었지만 글의 연륜이 늘어도 구체적인 정보, 문장 실력이 늘어날 뿐, 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존 일기에서 자신의 '해석'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길면 길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사고는 유연해질 것입니다. 위에 예시에 해석 부분을 더 해보죠.


"오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평소 먹던 아이스가 아닌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사건) 주말에 이렇게 카페에 와서 여유를 부린 것이 얼마인지 모르겠다.(생각) 기분이 참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얼죽아였는데 이제는 날이 풀렸는데도 따뜻한 커피를 찾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가 시린 차가운 것보다 속 편한 따뜻한 걸 찾는다는데... 따뜻한 봄이 반갑지만은 않구나(생각 해석)"


생각을 해석해 보는 것입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적어보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고, 지금이 아닌 과거나 미래에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사건을 해석해 보면 일기를 쓰면서도 생각이 깊어지는 훈련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존 일기)

"로봇 청소기를 사길 잘했다. 내가 할 일을 로봇 청소기가 대신해 주니 시간을 번 것 같다. 돈의 맛이 역시 좋구나~!"



(1차 수정/생각 구체화)

→  "로봇 청소기를 사길 잘했다. 평소라면 20분 동안 청소기를 직접 돌렸을 일을 60만 원에 하루 20분을 벌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하루 20분, 일주일 140분, 한 달 600분, 일 년 7200분, 일 년에 120시간, 즉 5일을 60만 원에 살 수 있다. 어쩌면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2차 수정/구체화 + 해석)

→ "로봇 청소기를 사길 잘했다. (중략) 즉 5일을 60만 원에 살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젊음을 더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돈을 위해서 젊음을 투자한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한때 유행하다가 이제는 비난받고 있는 '욜로족'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와 같이 비판받을 수도 있는(혹은, 자신도 잘 모르겠는) 해석조차도 생각을 키우는데 굉장한 도움을 줍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뉘앙스'입니다. 자신의 해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해석'도 예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해석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근거가 확실한 주장'이나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 아닌 경우에는 확신보다는 가능성의 뉘앙스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호하고 명확한 어미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표현할 때는 "~라고 생각한다"나 "~이면 어떨까"라고 맺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더 나아가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이해심과 '무지성 비난'을 무시할 수 있는 단단함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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