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신입으로 들어가든, 부서를 옮기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상사는 늘 질문하라고 합니다.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속 내용을 살펴보면 '실수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회사 생활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상사에게 할 질문도 많진 않을뿐더러 보이지 않는 '선'도 알고 관계도 형성되어서 질문할 타이밍과 내용을 잘 알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아시겠죠. 중요한 건 신입사원입니다. 그리고 이걸 알려주는 상사의 입장이죠.
저 말을 듣고 정말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물어보면 점점 상사의 표정이 안 좋아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상사는 불쾌함을 드러내거나 귀찮아하는 뉘앙스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일이 많아 바쁘고 이미 알려줬던 내용일 테니까요. 제가 그랬습니다. 학원 운영할 때 상담 직원을 뽑고 업무 분장과 체크리스트, 매뉴얼을 전달하고 교육하면서 마지막에 꼭 '모르면 질문해라'를 덧붙였습니다. 모르고 마음대로 했다가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당연히 반대 경우도 많았습니다. 모르는 게 있어서 상사에게 질문하는 경우 말이죠. 그럴 때면 혼나거나 귀찮아하거나 심지어는 따로 불려 나간 적도 있습니다.
"질문 좀 그만해라, 바빠죽겠는데 알아서 좀 찾아봐. 매뉴얼이랑 체크리스트에 다 나와있어"라며요. 그들의 말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매뉴얼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어서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거나 어쩔 땐 내용이 없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단 상사 입장으로 빙의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실제로 이 말을 하고 난 다음부터 질문받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ㅇㅇ님, 모르시겠는 거 있으시면 꼭 질문 주세요. 원래 처음에는 정신없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 저도 업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모든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이 3가지만은 꼭 지켜주세요.
첫 번째는 업무 매뉴얼에서 일단 확인 한 번 해주세요. Ctrl + F 누르시고 애매하시거나 모르시겠는 내용의 키워드를 검색하시면 방법이 나올 겁니다. 그래도 안 나오면 말씀해 주세요.
두 번째는 ㅇㅇ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것인지 생각이나 대안을 꼭 말씀해 주세요.
세 번째는 정말 급한 사항이면 전화나 대면으로 질문 주세요. 메시지는 제가 늦게 확인하거나 놓칠 수 있거든요."
라고 교육을 했더니 이전보다 질문의 수준이 더 높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생각도 안 하고 "이거 뭐예요? 어떻게 해요?"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이 글을 보고 계신 신입이라면 어떻게 질문하면 좋을까요. 일단 상사도 바쁩니다. 집중해서 업무를 할 때는 예민해지죠.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질문을 하면 흐름이 끊기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상사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스스로 답을 찾아주시는 것이 좋지만 혹시나 도저히 모를 때는 "상사님, 혹시 제가 도저히 모르겠는 부분이 있는데 5분 정도 시간 되실까요?"라며 시간을 써주는 것에 존중을 표해주세요.
"제가 매뉴얼을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어서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게 맞을까요"라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며 대안을 제시하는 겁니다. 내 업무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노력과 정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상사가 정말 불쾌해하는 유형 중에 하나가 '잘 모르니까 알려줘'라는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태도입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 '찾아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앞서 매뉴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업무 용어나 엑셀 단축키, 기존 기록이나 내역 등입니다. 이런 질문에 화를 안내는 상사를 만났다면 그 상사는 일을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의 시간을 루팡 하는데 화를 안 내다니요. 제발 검색해 보세요. 찾았는데 정보가 틀린 것 같거나 이상할 때는 질문할 수 있지만 무지성으로 '알려달라'는 태도는 정말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회사에서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질문을 당연히 해야 합니다. 명확한 업무와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부분이죠. 질문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정말 일을 잘했던 직원은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죠. 분명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평가와 성장을 좌우합니다. 좋은 질문 많이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