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의사 결정은 리더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중요한 덕목입니다. 직책이 낮을 때는 개별 업무에 집중하지만 직책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되죠. 그렇다면 어떻게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1. 나쁜 결과는 나쁜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선택의 방법에 앞서 알아야 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선택과 결과를 동일시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음주운전이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반대로 다이너마이트 개발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더라도, 나쁜 선택이라도 단정할 수 없죠. 사람들은 종종 잘못된 결과로 선택을 후회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판단 능력이 저하되고 자아효능감(스스로가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을 잃어버립니다.
그렇기에 선택과 결과를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면 선택을 후회하기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2.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결정하려고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멘토나 동료의 조언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 방법입니다. 선택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조언이 많아지면 더 혼란스럽다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속담은 결정권자가 많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도움이 되는 사공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장기나 바둑을 포함한 각종 스포츠에서 플레이어가 보지 못하는 것을 관객들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훈수는 코치나 감독과 같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우리의 시야를 넓히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전체를 보기 때문이죠. 컨설턴트나 코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베스트지만 주변에 준코치, 준컨설턴트를 두는 것도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객관화는 많은 경험과 마음의 여유, 감정조절능력을 필요로 하며,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습니다.
3. 직관에 따르기
많은 선택이 반복되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온 수많은 리더들이 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 수많은 갈림길이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일정, 비용, 인원, 장소, 소통방식 등 다양한 선택에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결과들로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MBTI의 직관형(N)만의 능력이 아닙니다. 여러 번의 선택 경험으로 얻은 능력인 것이죠. 크지 않은 결정에서 직관에 따라 신속하게 결정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도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되겠습니다.
4. 리스크가 큰 결정을 하는 경우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제품 중에 하나가 프린트입니다. 한 달에 많을 때는 2만 장을 출력합니다. 흑백 A4 한 장에 10원만 올라도 20만 원이고, 컬러 100원 차이면 200만 원입니다. 그렇기에 업체와 모델 선정은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마침 기존 업체 계약 기간이 다 되어 갈 때쯤 타업체 영업 사원이 왔습니다. 프린트를 변경하면 기존 비용의 10~15%를 절감할 수 있었죠. 하지만 비용만큼 고려할 사항은 속도와 안정성이었기에 업체를 변경하는 건 리스크가 큰 일이었습니다. 이때 제안을 받을 내용이 '3개월 사용 후 계약 가능'이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일정 기간 사용하고 계약을 안 해도 된다는 조건은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이런 조건을 마주합니다. '3개월 인턴' '프로토 타입' '사용 후 무료반품' '시식' '7일 무료 체험' 등 일단 해보고 결정하면 판단이 더 쉬워집니다. 우리도 이걸 이용해서 경험 후에 돌아갈 여지를 두는 것이죠. 신뢰가 없어서가 아니라 신뢰를 쌓기 위해서 필요한 방식입니다. 만약 상대가 불쾌해한다면 나와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선경험 후판단’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확신을 주는 요인 중에 하나죠. 반대로 생각하면 '설득되지 않을 것 같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일단 경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논점이 될 수 있겠으나 글의 논지에서 벗어나기에 다음에 깊이 다뤄보겠습니다. (구독하면 기다려주시면 '설득'에 대해서 업로드하겠습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리더뿐만 아니라 팔로워도 말이죠. 어떤 판단이든 좋은 결과가 아닌 옳은 선택이 더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