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을 맞을 확률
배경 : 살면서 새똥을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특히 면접을 보고 나온 직후에 맞은 새똥은 재수없음의 상징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바뀔 수 있다. 오늘은 내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 치안에 대한 인식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도 치안 수준이 높다. 외국인들이 밤늦게 지하철이나 골목을 다니며 놀라워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안전한 사회에서도 사회적 약자인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후쿠야마가 한국 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규정했던 것처럼, 우리는 공동체적 신뢰보다는 혈연과 지연 같은 제한된 범위의 신뢰 속에서 살아간다. 약자를 향한 범죄가 증가하는 지금의 현실은, 그런 저신뢰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과학치안진흥센터에서 면접을 봤다. 이곳은 경찰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협력하여 2021년에 출범한 재단법인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른 아침 면접시간을 기다리며 치안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는 공공의 안녕이라는 구호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며 살아왔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그 시절이 더 좋았다고 회상한다. 또 누군가는 지금의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치안 진흥에 대한 담론은 사회적 신뢰와 범죄 예방, 그리고 이를 위한 수요자 중심의 과학기술의 발전 등이었고, 면접관들 앞에서 나는“정책은 현장에서 적용 가능해야만 의미가 있으며, 나는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해왔다”는 말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스스로는 진솔하게 준비한 답변이었지만, 면접관들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내가 준비했던 내용과 달리 회귀분석의 종류와 활용방안, R&D의 전문성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긴장했고, 말이 꼬이자‘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하루는 그렇게 우울하게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새똥 사건이 발생했다.
□ 로또를 사야 하나?
이럴 거면 왜 날 부른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허탈하게 면접장을 나서면서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그 순간, 갑자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새똥이 떨어졌다. 손과 상의에 묻은 비둘기의 그것을 보며 갑자기 미친듯이 웃음이 터졌다. 매일 쓰기를 시작하자, 이런 사건이 생기다니“될놈될”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기묘한 위로였다. 새똥을 맞을 확률은 대략 423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거의 로또에 당첨되는 수준의 확률이다. 머리에 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만약 머리에 떨어져 흘러내렸다면 지금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단체방에서 이 일을 이야기하자, 친구들은 하나같이 “좋은 징조”라며 로또를 사라고 했다. 허무했던 하루가 순식간에 우스운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종이 한장의 차이
누군가에게는 불운이고, 기분 나쁜 사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징조가 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렇게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나는 지인들에게 또 하나의 웃음을 제공했고, 그들은 나를 위로하며 생각의 전환을 알려주었다. 만약 내가 그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면 오늘 하루는 “재수 없는 하루”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웃음과 대화를 통해 하루가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었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이 강했다. 주변 사람들은 늘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 “세상에 불만이 왜 그렇게 많냐”고 걱정하곤 했다. 당시에는 스스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적다고 느꼈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늘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왜 나는 안 될까”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다.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존재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주었다. 오늘도 나와 함께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로또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