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과 죄책감

스트레스로 지르면 죄책감이 올 수도 있다

by NaeilRnC

배경 : 물건을 사거나 소유하는 일은 순간의 만족과 기분 전환, 그리고 자기표현의 기쁨을 준다. 하지만 그 만족감이 반복되면 어느새 죄책감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생겨난 물욕은, 스트레스보다 더 깊은 공허와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이 글은 그 물욕과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 무소유와 미니멀리즘

오래전부터 선비들은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며 사는 삶,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덕으로 여겼다. 있는 것에 감사하고,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 태도가 겉으로는 포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련을 버릴 수 있다는 대단한 결심이고 극기이다. 그런 대단함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이다. 나에게도 불편함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어려서부터 부유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것은 아르바이트로 채우면 충분했기 때문에 5월의 지옥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우리 집은 매년 5월이면 작은 지옥을 겪는데 조부모님과 부모님 모두 생일이 5월이었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까지 몰려있기 때문에 5월이 되면 정말 먹고 죽을 돈도 없는 굶주림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설날에 받은 세뱃돈으로 5월을 준비하곤 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근처에는 외국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상점이 있었는데, 난 그곳에서 미리 선물을 사서 나만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가 5월이 되면 사용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소유는 욕망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내 짐은 많지 않다. 내게 물욕은 여전히 사치의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 제발 좀 꾸미고 다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던 말 중 하나는 “꾸미고 좀 다녀”였다. 하지만 나는 꾸미는 법을 몰랐다. 그리고 난 크게 꾸미고 다닐 일도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쉬는 날마다 막노동을 다니며 돈 버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알게 되었고,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쉽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바지도 한 벌, 신발도 한 켤레면 충분했다. 한 번 산 옷은 10년을 넘게 입었는데 2008년 석사 과정을 시작하며 샀던 남방 다섯 벌 중 한 벌은 지금도 자주 입고 다니는 나의 교복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나는 조금 달라졌다.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발도 자주 한다. 이 변화의 이유는 여자친구 때문이다. 나이 차가 제법 나는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식당 주인이 우리를 부녀 사이로 착각한 적이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우리에게 부녀 사이가 참 좋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다. 그 일 이후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석 달에 한 번은 이발한다. 꾸밈은 이제 나에게 허세가 아니라, 사랑을 위한 예의였다.


□ 스트레스에는 귀여운 거!

여자친구는 검소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그녀는 옷도 잘 사지 않고, 낡은 신발을 신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바로 귀여운 걸 봤을 때다. ‘왜 저게 귀엽지?’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녀의 유일한 물욕을 나는 존중하고 있다. 오늘 그녀의 눈이 반짝이는 아이템이 발견되었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새로 출시된 ‘미피 텀블러’였다. 그리고 온라인에 ‘품절’이 뜨자 불안해했고, 갖고 싶어 하는 그녀를 위해 직접 매장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세 곳 있었기 때문에 이 중 한 곳에서만 컵을 구해도 대박이었다. 하지만, 집을 나와 1시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끝내 그녀가 원하던 토끼 컵을 구할 수 없었다.


그녀는 미안해하며 대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먹으라며 쿠폰을 보내주었다. 난 스타벅스 같은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 때우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매장 이용을 권리처럼 생각하는 MZ들의 마인드, 매장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장은 주로 여자친구가 있을 때만 갔기 때문에 쿠폰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것도 결국은 돈인데, 혼자 쓰기 싫었다. 그래서 난“진짜 미안하면 나랑 계속 놀아줘”라고 했다. 그녀의 물욕이 죄책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오히려 그것조차 구해주지 못하는 내가 더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불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물건보다 더 값진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잠시의 기쁨보다, 그래서 찾아오는 죄책감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의 교환이 더 값진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징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