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바이블 - (1) 커뮤니케이션
"외주업체로부터 Figma 파일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못받았네요. 혹시 PDF나 백업해놓으신 파일이 있을까요?"
김대리가 급하게 물어왔을 때, 정민은 순간 답답함을 느꼈다.
"제가 할게 아니라 PM분께서 파일 소유권을 애초에 넘겨받는게 맞지 않나요? 저는 받아놓은게 없습니다."
회의실에 흐르는 미묘한 정적. 김대리의 표정이 굳어지고, 정민 역시 자신의 말이 너무 차갑게 들렸나 싶어 불편했다.
이런 상황은 PM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분명 양쪽 모두 나쁜 의도는 없었다. 김대리는 단순히 도움이 필요했고, 정민도 명확한 역할 구분을 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색한 공기가 흘렀을까?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협력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왜 자꾸 갈등이 생기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소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인간만큼 약한 동물도 드물다. 날카로운 발톱도, 빠른 다리도, 단단한 껍질도 없다. 새끼 말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지만, 인간의 아기는 최소 1년은 지나야 비로소 걸음마를 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을까?
답은 두 가지다. 협력과 언어.
다른 동물들이 개체의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인간은 '함께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맘모스 사냥도, 도구 제작도, 불 관리도 모두 여러 명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협력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기 맘모스가 온다"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함정을 파자"는 계획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언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가 아니다.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을까? '정의'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언어는 추상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의사소통의 본질은 이것이다: 협력을 위해 서로의 생각을 동기화하는 것.
최근 뇌과학 연구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은 말을 통해 서로의 뇌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의 신경계를 조절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신체예산을 서로 조절하고 나눠 쓰는 대표적 수단이 '말'이다. 말은 타인의 뇌 활동과 신체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실제로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차가운 말 한마디에 심박수가 올라간다. 당신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냥 이유 없이 어떤 단어를 들어서 기분이 나빠진 적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한 말에 이상하게 신경 쓰였던 순간
누군가 단 한 마디로 기분이 확 바뀌었던 경험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뇌가 언어를 통해 상대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상한 모순이 생긴다. 협력을 위해 진화한 의사소통이 왜 갈등을 만들어내는 걸까?
김대리와 정민의 대화를 다시 보자. 겉으로는 파일에 대한 문의였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마음이 작동하고 있었다:
김대리의 속마음: "외주 업체가 파일을 안 줄까 봐 불안해. 혹시 백업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놓일 텐데... 정민이가 도와주면 좋겠어."
정민의 속마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신경 안 썼는데, 지금 내가 무책임해 보이나? 원래 PM이 챙겨야 할 일 아닌가? 왜 갑자기 내게 물어보지?"
같은 단어들을 주고받았지만, 머릿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말이 다르다는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뜻이다.
여기서 감정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칼을 본 강아지가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가는 것처럼, 감정은 생존을 위한 뇌의 경고 시스템이다. 김대리가 느낀 불안감은 "프로젝트가 위험하다"는 신호였고, 정민이 느낀 불편함은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는 신호였다. 둘 다 나름의 '위험'을 감지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문제는 서로 다른 위험을 감지했다는 점이다. 김대리에게는 '일정 지연'이 가장 큰 위험이었고, 정민에게는 '책임 전가'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다. "내 말이 맞아, 이해해봐"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온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까? 그 답은 우리 각자가 서로 다른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이 렌즈는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당연함의 렌즈: 사춘기 이전에 학습한 것들이 우리 뇌의 90%를 차지한다. "밥은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당연하다", "시간 약속은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각자 맡은 일에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같은 것들 말이다.
중요함의 렌즈: 사춘기 이후 성인이 되기 전까지 형성된 가치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이때 느꼈던 부족함, 갈망했던 것들이 평생 추구하는 욕구가 된다.
김대리에게는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당연했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말이다. 반면 정민에게는 "각자 맡은 일에 책임지는 것"이 당연했을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뇌는 완벽하지 않다. 몇 가지 대표적인 편향들이 의사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확증 편향: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인다. "역시 개발팀은 일정을 지키지 않네"라고 생각하면, 일정을 지킨 사례들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근접성 편향: 친한 사람이 말하면 더 신뢰한다. 같은 의견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본적 귀인 오류: 내가 실수하면 "상황이 안 좋아서", 남이 실수하면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향들이 쌓이면서, 각자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상황을 보고, 그 해석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절망적이다. 서로 다른 렌즈를 끼고, 편향된 뇌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행히 해답이 있다. 바로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갈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먼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3가지 핵심 질문이다:
1. 목적이 같은가? 김대리와 정민 모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싶다"는 목적은 같았다. 이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절반은 해결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결국 같네요"라는 인식이 생기면, 적대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2. 당연한 것이 같은가? 김대리에게는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당연했지만, 정민에게는 "각자 담당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구나"라고 이해하는 순간, 갈등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3. 두려운 것이 같은가? 김대리는 "프로젝트 지연"을 두려워했고, 정민은 "부당한 책임 전가"를 두려워했다. 서로의 두려움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면 둘 다 안심할 수 있을까?"라는 건설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3가지 질문으로 상황을 진단했다면, 이제 적절한 해결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조직심리학자들이 제시한 5가지 방식이 있다:
경쟁(Competing): "내가 옳다. 내 방식대로 하자." 방향성이 분명해야 할 때, 위기 상황에서 빠른 결정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회피(Avoiding): "이 문제는 나중에 다루자." 지금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이거나, 감정이 너무 격해진 상태일 때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타협(Compromising):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 시간과 리소스가 제한적이고, 완벽한 해결책보다는 현실적인 타협점이 필요할 때 선택한다.
수용(Accommodating): "당신 말이 맞아요." 상대가 강한 감정을 보이고, 장기적인 관계가 더 중요할 때, 또는 내가 틀렸다고 판단될 때 사용한다.
협력(Collaborating): "함께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다양한 관점이 중요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모든 당사자의 만족이 필요할 때 최선의 방법이다.
김대리와 정민의 경우라면? 목적이 같고, 각자의 우려도 합리적이므로 '협력'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도 안전하게 진행하고, 역할도 명확히 할 수 있을까요?"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일반적인 갈등 해결에 그친다. PM에게는 특별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
Product Management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소통'인 이유는 무엇일까? PM은 마치 유엔의 동시통역사처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발팀이 말하는 '기술적 제약', 디자인팀이 말하는 '사용자 경험', 비즈니스팀이 말하는 '수익성', 고객이 말하는 '불편함'...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언어로 번역하고 연결하는 것이 PM의 핵심 역할이다.
더 복잡한 것은 각 팀이 생각하는 '좋은 제품'이 다르다는 점이다:
개발팀: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제품
디자인팀: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제품
마케팅팀: 차별화되고 어필하기 쉬운 제품
영업팀: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구매하는 제품
경영진: 빠르게 수익을 내는 제품
PM의 도전은 이 모든 관점을 조화시키면서도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PM에게는 일반적인 갈등 해결 능력 이상이 필요하다. 단순히 "서로 양보하자"나 "타협하자"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PM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특별한 능력이다:
각 구성원의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극하는 능력
개인의 욕구와 조직의 목표를 연결하는 능력
이 두 능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이 언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일까? 강제로 시킬 때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할 때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하고 싶어하게 만들 수 있을까?
수십 년간의 심리학 연구 결과, 사람들이 진정으로 동기부여되는 요소는 3가지다:
자율성(Autonomy):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을 때 사람들은 주인의식을 갖는다.
유능감(Competence):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확신.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다.
관계성(Relatedness): 혼자가 아니라 팀의 일원이라는 느낌.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인정받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지속적인 동기가 생긴다.
그렇다면 PM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강력한 도구는 '칭찬'이다. 하지만 막연한 칭찬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잘했어요!"라는 말은 가식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칭찬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상대방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
"남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하상욱 시인
개발자가 코드를 깔끔하게 작성하는 것, 디자이너가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마케터가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당사자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것을 알아봐 주고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면, 그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효과적인 칭찬의 3원칙:
구체적으로: "이번 API 설계에서 확장성을 고려해서 구조를 잡아주신 덕분에, 향후 기능 추가가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요."
결과와 연결: "그 작업이 전체 프로젝트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지"를 보여준다.
타인의 목소리 활용: "QA팀에서 '이번에 버그가 정말 적다. 개발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칭찬을 받은 사람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생긴다.
칭찬으로 동기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는 각 개인이 가진 깊은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직의 목표와 연결시켜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어떤 경험이 현재의 가치관을 만들었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말이다.
어떤 개발자는 어릴 때 완벽하지 않은 일로 혼났던 경험 때문에 코드 품질에 유독 민감할 수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의 창의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 때문에 디자인 자율성을 특히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이런 개인적 배경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각자에게 특별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있고,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의 진짜 욕구를 알 수 있을까? 직접적으로 "당신의 욕구가 뭔가요?"라고 물을 수는 없다. 대신 우회적이지만 효과적인 질문들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뭐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 기준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순간에 가장 만족감을 느끼나요?"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예요?"
"지난 프로젝트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이런 질문으로 그 사람이 진정으로 에너지를 얻는 순간들을 알 수 있다.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나요?"
"현재 가장 불편하거나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갈망과 성장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파악한 개인의 욕구를 조직의 목표와 연결시키는 것이 PM의 진짜 실력이다. 예를 들어, 코드 품질에 민감한 개발자가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장기적인 안정성에 달려 있어요. 당신의 꼼꼼한 개발 방식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될 것 같아요"라고 연결시킬 수 있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우리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요. 당신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우리의 핵심 무기가 될 것 같아요"라고 연결시킬 수 있다. 이런 연결이 이뤄지면, 억지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곧 조직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갈등을 조율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욕구를 관리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에게 '당연한'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가?
갈등은 상호작용이다. 내가 먼저 흔들리면 상대의 갈등을 도울 수 없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단단히 서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PM이라는 역할 자체가 여러 감정적 도전을 안고 있다.
책임감의 무게: 모든 것이 PM 탓인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일정이 지연되면,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싶은 순간들 말이다.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책임은 크지만 직접적인 권한은 제한적이다. 개발자에게 "빨리 개발해달라"고 명령할 수도 없고,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바꿔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오직 설득과 협력으로만 일을 이뤄내야 한다.
끊임없는 우선순위 조율: 모든 것이 급하고 중요하다. A팀은 A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B팀은 B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PM은 때로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PM 자신이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다른 사람들의 갈등을 조율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PM에게는 내면의 안정성이 필수다. 이것은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라는 뜻이다.
내 트리거 포인트 파악하기: 어떤 상황에서 내가 방어적이 되는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가? 이것을 알아야 그 순간에 의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내 가치관 명확히 하기: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완벽한 제품인가, 팀의 화합인가, 빠른 출시인가? 이것이 명확해야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내 한계 인정하기: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때로는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 않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PM은 없다.
모든 기업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 창업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회사를 만든다. 이것이 기업의 미션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미션은 종종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내 성장", "인정받고 싶음", "안정성" 같은 개인적 욕구가 더 절실하다.
여기서 PM의 중요한 역할이 나온다. 기업의 추상적 미션을 구체적인 개인의 성장 기회로 번역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제품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면, 시장에서 인정받게 될 거예요. 그러면 당신도 더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될 기회가 생길 거예요."
"이번 혁신적인 기능이 성공하면, 업계에서 우리를 주목하게 될 거예요. 당신의 디자인이 업계 표준이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거대한 비전과 개인적 동기를 연결시킬 때, 사람들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하게 된다.
PM이 다루는 가장 큰 도전은 다양성이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전문성,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 다양성은 양날의 검이다. 잘 활용하면 혁신의 원동력이 되지만, 잘못 관리하면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다양성을 조화로 바꾸는 PM의 역할:
1.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개발팀과 디자인팀의 관점이 다른 것은 당연해요. 그 차이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어요."
2. 공통 목표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우리 모두 사용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점은 같잖아요."
3.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활용하기: "이 부분은 개발팀이 가장 잘 알고, 저 부분은 디자인팀이 가장 잘 알아요. 각자의 전문성을 믿고 맡겨봐요."
4.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기: "이런 논의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 모든 원리들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일상적 변화들로 시작된다.
회의에서:
"이 아이디어는 왜 안 될까요?" →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울 것 같나요?"
"빨리 결정합시다" → "좋은 결정을 위해 어떤 정보가 더 필요할까요?"
피드백할 때:
"이 부분이 문제예요" → "이 부분을 개선하면 전체적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다시 해주세요" →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시간이 부족해요" →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해볼까요?"
개별 팀원과의 대화:
정기적인 1:1 미팅에서 업무 이야기만 하지 않기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기
그 사람의 성장 목표와 현재 업무의 연결고리 찾아주기
팀 전체와의 소통: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할 때 각 팀원의 기여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기보다는 해결책 함께 찾기
성공했을 때 개인의 역할을 명확히 인정해주기
갈등을 무조건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다.
잘 다뤄진 갈등은 팀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준다:
더 깊은 이해: 갈등을 통해 서로의 진짜 생각과 우려를 알게 된다.
더 좋은 해결책: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힐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더 강한 유대감: 갈등을 함께 해결한 팀은 더 끈끈해진다.
더 명확한 기준: 갈등을 통해 팀의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
결국 PM의 역할은 1+1=2가 아니라 1+1=3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개별 팀원들의 능력을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이 증폭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도닦는 마음으로: PM의 일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기능을 만들고, 지표를 관리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모두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겸손한 자세로: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대신 좋은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기.
장기적 관점으로: 당장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의 성장과 팀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 오늘의 선택이 1년 후, 3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기.
연결하는 기쁨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순간의 기쁨을 기억하기. 그 기쁨이 힘든 순간들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김대리와 정민의 작은 갈등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확인했다.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한, 생각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갈등은 파괴적일 수도, 건설적일 수도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목적이 같은지 확인하기
서로의 '당연함'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기
각자의 두려움과 욕구를 이해하기
그리고 PM에게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 각 구성원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동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오늘 오후 회의에서 "왜 안 될까요?" 대신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말이다. 의사소통 기술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팀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나은 제품, 더 행복한 팀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이 된다.
현 부지런컴퍼니 COO 겸 PM
PM 부트캠프 강사, 비즈니스 & 커리어 코치
10여년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사업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PM들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문의: fineday9@hanmail.net
더 많은 PM 인사이트: https://brunch.co.kr/magazine/pmbible
LinkedIn: https://www.linkedin.com/in/thkim9/
PM 바이블 시리즈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 다른 분들께도 많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