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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Feb 22. 2024

[2-05] 사랑방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사랑방이 되고 싶습니다.




"카운터에 붙여진 얼굴 선생님 맞죠? 너무 똑같아요."






카운터에는 글라스 데코로 만들어진 적당히 가지런히 묶인 머리에 진달래빛 분홍색으로 발그레한 두 볼과 동그란 눈을 한 스티커가 붙어있다. 친구가 내 모습이라고 한참을 웃으며 나 몰래 그려뒀던 것이다.



적당히 못생겼지만 정감가게 귀여운 모습이 꽤 마음에 들어 카운터 한 가운데 그러니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처음 눈이 두어지는 곳에 붙여두었다. 스티커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웃는 아이들과 손님을 마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손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카운터에 붙여진 얼굴, 선생님 맞죠? 너무 똑같아요!"



단골 손님도 아니었고, 한 두번 계절이 바뀔 때 즈음 오셨던 그래서 희미하게 얼굴이 기억에 남는 손님이었다. 카페를 하다 보면 다양한 호칭을 얻는다. 사실 주문을 받고 커피가 건네어지면 호칭을 부를 일이 거의 없다. 그런 내게 선생님이라니. 사장님도 아니고, 언니, 이모, 저기요도 아니고, 선생님이라니.



나는 그 표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호칭을 자연스럽게 누구에게나 붙일 수 있는 그 분의 존중어린 마음이 생각치도 못하게 멋지다고 생각했다.



스쳐 지나간 5초의 대화 속에서 힘을 얻는다. 그저 그런 동네 카페가 아니라, 음료가 건네어 지고 끝나는 사이가 아니라, 맛있는 음료가 있어서 멀리서 한 번만 찾아와야 하는 핫한 곳이 아니라 오래오래 여러 호칭을 받으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랑방이 되고 싶었다. 여전히 사랑방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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