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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Feb 21. 2024

[2-03] 적당함이 없는 진심을 담는 일





며칠 전 오일장이 열리는 주말이었다. 도너츠와 콩국수, 파전, 오일장에 다녀오신 분들의 피드를 보며 주말의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 때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카페에 종종 오시는 손님 분이셨다. 주말의 자리가 여유로우신지를 물었다. 오일장에 들렀다가 커피를 마시러 가고 있는데, 북적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을까 생각했다.



메시지를 주고 받다 보니 며칠 전 읽고 서가에 꽂아둔 책이 떠올랐다. 가족을 위해 정성으로 집밥을 하시는 분인데, 그 음식을 만들며 담기는 마음을 글로 적으시던 분이셨다. 그 글과 울림이 비슷한 책이었는데 마침 오신다기에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 꽂아둔 책을 꺼내왔다.



한 시간이 흘렀을까. 미연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환한 향기가 났다. 오일장에서 샀다며 나에게 꽃을 한다발 전해주신 것이다.



"짜잔. 선물이에요. 오일장에서 향이 너무 좋길래 한단 사왔어요."



연한 분홍빛의 장미꽃이 신문지에 돌돌 말려 있는데, 카페 화병에 꽂아두면 좋을 거라고 했다. 과연, 카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에서 이렇게 꽃을 한아름 선물받는 사장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 마음은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되는 것일까 잠시 생각이 스쳤다.



나는 커피와 함께 아까 드리려던 책을 품에 안겨 드렸다.




"이걸 읽다가 미연님 생각이 났어요. 매번 쓰시는 글들과 울림이 비슷했어요!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공간을 운영하는 내가 항상 안고 있는 숙제가 있다. 손님이 불편해 하시지 않게 친절을 드려야지. 그런데 이건 사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이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이 그저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부터다.




그런 이 공간을 운영한지 벌써 2년. 무리를 하다가 몸이 아플 땐 꼬마 손님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캬라멜을 건넨다. 작약이 정말 예쁜 계절이라고 하며 예쁜 작약 한 다발을 만들어 카페 문 앞에 살포시 놓고 가는 손님도 있다. 그들이 내게 건네는 진심의 말 끝에 이렇게 전한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준 게 감사해서요."




친구나 가족이 아니어도 메뉴판 너머로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에도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진심이 있다면 그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장미꽃이 아니라 마음을 담긴 계절을 한아름 느끼는 일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적당한 친절을 버리기로 했다. 오늘도 적당함이 없는 진심을 담아 공간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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