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마을에, 우리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해주는 장소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오늘도 같은 시간 공간의 문을 열고, 정비를 마친 후에 자리에 앉았다. 한적한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열심히 책을 읽자고 다짐했고, 막 내린 커피와 함께 새로 들인 책을 이제 막 읽을 참이었다.
그 사이 메시지가 한 통이 왔다.
"사장님, 혹시 오늘 오픈 안하시나요?"
아니, 이걸 어째. 재료를 가지고 올라오는 길에 아래 층 자동문이 깜빡하고 잠겨버린 것이다. 부리나케 내려가 문을 열었다. 열리지 않는 문 때문에 되돌아 다른 공간을 가셨을 법도 한데, 귀여운 손님 세분은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아침 산책을 하고 와서 따뜻한 커피가 더 맛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어제 서울에서 친구들이 놀러왔는데, 제가 우리 집에 오면 여기 꼭 와야 된다고 하도 얘기해놔서 오늘 친구들 다 데려왔어요. 우리 동네의 자랑!"
작은 마을, 한적한 동네,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은 깊숙한 골목길 근처에 책과 커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을 만들게 될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부디 이 공간에서 오래오래 사랑받는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거나 부족함을 맞닥뜨릴 때가 되면 역시 많은 사람이 가는 길에는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고민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꾸준히 이곳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겨울을 버티기로 했다. 마을도, 카페도 소리없이 조용해진 이 틈을 잘 버텨내는 것도 사랑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카페의 문을 열고 난 뒤 더 열심히 글과 생각을 쓰게 되었다.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도 바로 나였다.
잘 버티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능력이다. 돈도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버는 일만큼 숭고한 기다림은 없을 테니까. 돈을 벌어서 쉬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대신 이곳에 조금 더, 오래, 깊숙이 머물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을 내어주며 버티는 것,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