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을떡집
목포 원도심은 목포를 찾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곳입니다. 목포가 품고 있는 오랜 역사와 근대화 과정이 남겨놓은 다양한 유산들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원도심 여행을 시작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KTX 목포역에서 내려 남쪽으로 뻗어있는 유달로를 따라 조금만 거슬러 가면 됩니다. 역에서 700여 미터, 10분 정도 걸어가면 근대화를 상징하는 1, 2번 국도 시작점, 목포근대역사관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유달로 끝마디, 성옥기념관 맞은편에는 이 지역 터줏대감(아니, 대표가 여성분이니까 안방마님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네요.) '한마을떡집'이 있습니다. 가게 간판도 그렇고, 전면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진열장에는 강정숙 대표가 새벽부터 직접 빚은 소담한 떡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떡집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네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가게 간판이 하나가 아닙니다. 건물 외벽 한쪽에 "한마을 떡"이라는 간판이, 그리고 그 다른 쪽에는 "산그리ㅁ에..coffee"라는 간판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에 유행했던 샵인샵 shop in shop인가?'라는 궁금증이 몰려옵니다. ('shop in shop'은 한 매장 안에 보조적 또는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다른 매장이 입점해 있는 방식으로 최근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떡 진열장 아래로 커피와 다양한 음료 이름이 적혀 있으니 '한마을떡카페'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한마을떡카페의 문을 열어 봅니다. 풍성한 백발 덕분에 한눈에 봐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분이 곱게 차려입고 의자에 앉아 손님을 맞이합니다. 가게 대표인 강정숙 할머니입니다. "제가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장님? 대표님? 바리스타?"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냥 할머니라고 해~~". 얼마 전까지는 가게를 혼자 운영해 왔는데, 광주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첫째 딸이 2023년 8월 말부터 정년퇴임하고 어머니 곁에서 틈틈이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바쁠 때가 아니면 카운터 옆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숨을 돌릴 여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정정하다곤 해도 새벽부터 떡을 만들고 포장하고 커피를 준비하는 것이 89세(2023년 당시) 할머니에게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커 보입니다.
떡집과 카페 간판이 함께 걸려있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강 대표는 “원래는 떡집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근처 기념관에서 일하던 큐레이터가 찾아와서 기념관 손님들이 근처에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할 곳이 없다고 아쉬워하는데, 할머니가 커피를 배워서 이 가게 한편에 커피를 팔아주세요라고 해서 아들, 딸과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커피를 팔기 시작했어요."라도 답했다. 놀라운 것은 강정숙 대표가 카페를 시작한 것이 8년 전, 그녀 나이 62세 때였습니다. 아무리 당시 주변에 카페가 전무했고 수요가 있어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강정숙 대표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소녀가장으로 학업과 생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함께 짊어지고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온 그녀 인생에 비춰보면 그런 결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중학교에 입학했던 그녀는 학비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친구에게서 신문을 돌아다니며 팔면 작은 돈이지만 벌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문사를 찾아가 신문을 팔게 해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여리고 여렸던 소녀 강정숙 대표는 그렇게 생업을 시작했습니다. 생업은 털실로 스웨터 뜨기, 손수건 만들기, 학교 매점 같은 작은 일에서 시작해 옷가게, 한마을 상회, 한마을 마트로 판매하는 물건과 가게이름을 끊임없이 바꿔가며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강 대표는 맨 손으로 시작한 생업을 남다른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성장시키며 결혼하고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습니다.
가게 일을 돕고 있는 첫째 딸도 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삶에 대한 태도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보통은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100% 확신이 들어야 하잖아요. 심지어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주저하게 되는데, 어머니는 다르셨어요. 70% 정도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일단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가장 큰 장점은 사업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신다는 거예요. 처음에 어머니가 카페를 떡집과 함께 하신다고 했을 때 저희들은 반대했어요. 요즘 누가 떡을 사 먹냐는 생각이었던 거죠. 근사하게 2층까지 북카페처럼 꾸미고, 인테리어도 예쁜 카페를 만들자고 이야기했어요. 주말이면 사람들에게 독서토론하는 공간으로 빌려주고 말이죠. 하지만 어머니는 다르게 생각하셨어요. 그런 건 지자체나 도서관에서 공공사업으로 복지차원에서 할 일이지 여기에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이죠. 여기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떡과 음료를 즐기면서 쾌적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옳다고 하셨어요. 지나고 보니 어머니 선택이 옳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여름철에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아이스커피와 쫄깃한 떡고명이 소복이 올라간 눈꽃빙수를 주문합니다. 가까운 노적봉 전망대와 예술공원, 성옥기념관 그리고 조금 멀리 유달산까지 다녀오느라 땀을 흘린 등산복 차림을 한 이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궁합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주민들은 진열장에서 앞다투어 떡을 집어 올립니다. 인근에 사시는 한 주민은 하루에 한 번씩 가게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좋아하는 떡을 포장해서 가져가 집에서 드신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보낸 냉동갈치 토막을 할머니가 앉아있는 의자 곁에 슬쩍 팁으로 올려두고 가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죠. 목포 앞바다에 펼쳐진 섬에 있는 학교에서도 단체주문하러 가게를 직접 찾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새벽에 만들고 포장해서 배편에 실어서 섬에 있는 선착장까지 보내줍니다.
한마을떡집은 매우 소박합니다. 메뉴와 가격도 인테리어만큼이나 소박합니다. 하지만 한마을떡집 대표 옷차림만큼이나 단정하고 정갈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강 대표가 오랜 세월 옷을 직접 만들고 팔아온 만큼 옷매무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툼한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유리컵에 담겨 나오는 아이스아메리카노는 강 대표 표현처럼 시원한 숭늉 같습니다. 식사로 텁텁해진 입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고, 타지에서 만난 낯섦을 정겹게 누그려뜨립니다. 89세 소녀 바리스타가 만들어 주는 커피는 쑥찹쌀떡과 말 그대로 찰떡궁합입니다.
강정숙 대표는 목포와 닮았습니다. 목포라는 도시는 영산강 하구에 자리잡고 있던 작은 해안가 마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남서해안에 펼쳐진 수많은 섬들을 통솔하고 보호하는 '섬의 수도'가 되었고, 대한제국 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펄을 매우고 도로를 깔며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폐허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때 산업과 유통망을 책임지는 '중요한 경제적 거점'이 되었고, 도시에 축적된 자본과 뛰어난 지역인재들의 노력으로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예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난 역사가 남겨 두고 간 근대문화유산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고, 고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면면히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싸워온 결과입니다. 강정숙 대표가 살아온 삶과 그녀가 품고 있는 기질이 그러합니다. 끊임없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고난을 겪으면서도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고, 칠흑漆黑 같은 어두움 속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응시했습니다.
"내 또래 친구들이나 여고 동창들을 보면 많이들 늙었어요. 물론 나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요. 하지만 나는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한참 수다를 떨다보면 내가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받아서 한층 젊어진 느낌이 들고 힘을 얻고 그래요. 그게 지금도 떡과 커피를 만들고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 강 대표는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농담으로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집에 못 가."라며 함박 웃음을 짓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들려주는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근현대 소사小史를 듣다 보면 오히려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살아내고 지켜낸 곳이 '한마을떡집'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진하고 구수하며 달콤한 노포가 어디 있겠습니까. 목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발걸음을 두어야 할 명소입니다.
[매장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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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연도 2009년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영산로 14-2
전화: 062-244-4233
영업시간: 10시~20시 (음료는 11시부터 판매합니다.)
휴일: 없음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무료) 이용
메뉴
[떡]쑥찹쌀떡, 송편, 돔부떡,약식. 모두 한팩에 3,000원
[커피]
아메리카노 2,000원
에스프레소 2,000원
마키아또 3,000원
카페라테 3,000원
카푸치노 3,000원
캐러멜라테 3,500원
바닐라라테 3,500원
카라멜카끼아또 4,000원
녹차라테 3,500원
[주스]
키위주스 5,000
딸기주스 4,500
오디주스 5,000
블루베리주스 5,000
레모네이드 5,000
[특별메뉴]
눈꽃빙수 6,000
곱돌쌍화차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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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너무 달달한 꿀팁!>
*여름철 대표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눈꽃빙수. 가게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떡들이 올망졸망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떡을 사가고 싶게 만드는 것은 함정.
*매주 월요일은 주변 기념관과 전시관들이 휴관이라 오전에는 음료를 판매하지 않으니 조심하자.
*매장 곳곳에 붙어 있는 "산구르ㅁ에...coffee"는 대표님 따님들 작품이다. 가게에서 올려다 보이는 소박한 유달산 자락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함께 새겨져 있다. 이름은 첫째 딸이, 산캐릭터는 둘째 딸이 만들었다. 원래는 매장 모든 테이블 위에도 있었는데, 낡은 테이블을 보수하면서 칠해버려 지금은 볼 수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