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그냥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마음은 한 번에 한 가지밖에 알아채지 못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 쓰는 것 말고 다른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서 뭔가 거창한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진심을 담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었는데 어느샌가 글의 틀에 갇히고 있고 숙제하듯이 글 쓰는 것을 해치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시간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퇴근 후에도 또 몇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글 쓸 소재를 찾고 구성하기 위해 고심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런 글들을 이 공간에 쓴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접자!
그렇게 브런치 알람을 끄고 글을 쓰지 않은지 1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에 내 삶의 궤적을 바꾸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브런치에서는 내가 글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글을 읽고 구독해 주신 분들이 있었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도 있었다. 고맙게도 브런치는 여전히 글을 쓸 수 있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만둘 때는 참 고민도 생각도 많았었는데 다시 시작할 때는 그냥 다시 쓰고 싶어서 라는 모호한 이유를 제시해 본다.
그냥~~ 다시 쓰는 거지 뭐.
필명을 바꾸었다.
ATHA 산스크리트어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오늘이 되고 미래가 된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라고 내 안의 소리를 담은 이름이다.
지금 이 순간. 오랜만에 브런치의 라임 머금은 파란 계열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따라 말하고 싶은 것을 글로 적어가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글을 쓰고 글을 나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