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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by 초희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 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기본욕구, 생존 욕구할 때 그런 작은 것으로요. 그런데 그곳에 생존이란 말을 붙여도 될까, 그런 건 좀 염치없지 않나 자책하다가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잘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 그저 약간의 선의와 교양으로 가끔 어딘가 기부하고, 진보 성향의 잡지를 구독하는 정도로 우리가 좋은 이웃이라 착각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까?
-141쪽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라는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좋은 이웃'이라는 소설 중에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상을 '숫자로'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낯선 동네에 가면 부동산 시세를 확인해 보고, 매일 아침 경제뉴스를 들으며 투자한 주식 종목의 가격을 체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생존법이라 여겼어요.

그렇게 돈을 불리고, 또 불리고. 나보다 못 불린 사람들은 가여워하고 나보다 잘 불린 사람들은 시샘하다 보면, 어느새 '더더더'의 굴레에 빠지게 되진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이라는 게 결국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잖아요. 숫자만 좇다가 그 본질을 잃어버리게 게 되지는 말자고, 소설 속 문장 덕분에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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