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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부동산 신화 앞에서

김지수의 위대한 대화

by 초희
지금 시대에 왜 무한게임 세계관이 중요한가요?

변동성, 복잡성, 모호성이 극에 달한 지금의 세계에선 정해진 결승전도, 당장의 승자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무한게임을 경험합니다. 일례로 학교 교육은 유한하지만 교육 자체에는 승패가 없죠. 좋은 학교를 나와 빨리 취업해도 성공의 룰은 바뀌고 결승점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립니다.
단기 승패 위주의 사고방식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낼 뿐입니다. 점점 플레이어는 탈진하고, 윤리는 퇴색되며, 분위기는 살벌해집니다. 누가 승자이고 최고인지 집중하던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멀리 봐야 해요. 역설적이지만 그래야 단기적으로 더 단단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 291쪽

임원들이 자주 겪는다는 유한게임 탈진증후군이란 무엇인가요?

대의명분과 가치가 사라진 성장의 쳇바퀴를 설치류처럼 돌리다 무기력과 탈진에 이르는 병입니다. 유한한 방식으로 무한을 플레이하면 자신을 파괴하게 됩니다. 인생을 즐긴다는 명목으로 디저트를 너무 많이 먹고 당뇨병에 걸리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 299~300쪽

김지수의 '위대한 대화'라는 인터뷰집에서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 인터뷰 중


달궈진 아스팔트, 그 위를 쌩쌩 지나는 차들 사이를 종종 걸어요. 내리쬐는 태양을 피하려 양산을 써 봐도 한껏 달궈진 공기까지 막을 순 없죠. 어느덧 온몸은 축축이 젖어오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엄습해요. 하지만 별 수 있나요.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요즘 더위를 지나며 이 여름날들이 우리의 삶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한증막 같은 불안이 가슴을 짓누르고 숨마저 턱턱 막혀 오는 데 마땅히 할 수 있는 건 없고. 왜 이렇게 무기력하지, 가만 고민해 봤어요.


어느 날, 출장을 다녀온 남자친구가 문득 그러는 거예요. '비행기 위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데, 나만은 저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더라.' 높은 곳에서 서울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땅마다 집들이 누룽지처럼 눌어붙어 있잖아요. 우리의 젊음이, 아니 온 인생이 저곳 어딘가에 저당 잡혀 있단 생각에 이르면 한없이 막막해져요.


영끌, 이란 표현엔 하나의 거짓도 없어요. 정말 영혼까지 끌어오지 않는 한 꿈꿔 볼 수 없는, 아니 끌어와도 한참 이르지 못할 것만 같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보다 보면 이게 맞나 싶죠. 책 속의 표현을 빌리면, 어느덧 우리네 인생은 그저 부동산을 위한 유한게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부동산은 주식, 자산, 사회적 지위 등 온갖 삭막한 대체어로 치환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꼭 그럴 필요 있을까요? 남자친구의 말대로, 양손 모두 치켜들고 나와 백기를 흔들 수도 있잖아요. 사람은 결국 언젠가 죽는다는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사실 앞에서 숙연해져 볼 필요도 있다고 봐요. 더없이 짧은 이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무한하게 쓰고 싶은 게 과연 저런 것들일까, 한 번 고민해 보는 거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유한한 시간을 어디에 무한대로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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