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6부 조우(1)
디지털 냄새의 천국은 현실보다 더 생생해 보였다.
하지만 이세는 그 세계가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만들어진 향기는 결국 진짜 삶을 지배하게 될 거야.”
그의 중얼거림은 어딘가 슬펐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질 때, 냄새는 더 이상 감정이 아니라 명령이 되겠지.”
이세는 파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라스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저 하쉬쉬 향수회사로 가야 해요. 아몬이 어둠의 물을 준비하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이세야, 조심해야 한다. 프랑스 전역이 어둠의 향수로 물들고 있다.
향의 마력에 취해 제정신을 잃은 이들이 속출하고 있어.”
“알아요.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요. 삼일뿐이에요.”
이세와 쓰엉은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 오르팡으로 향했다.
언덕 위에 거대한 공장이 어둠 속에서 성처럼 솟아 있었다.
쓰엉이 불빛이 비치는 경비초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안이 하쉬쉬 공장이에요. 경비가 너무 삼엄해요.”
이세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쥐 한 마리도 못 들어가겠군. 하지만 밤이 깊으면 틈이 생길 거야.”
그때였다. 뒤에서 손이 어깨를 툭 쳤다.
이세가 놀라 돌아보자, 십자기사단 기사 세 명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세님, 키릴루스님의 명으로 파견됐습니다.”
“당신들이 여기 어떻게…”
“우리에게 맡기십시오. 네 조로 나뉘어 동서남북을 공격하겠습니다.
정문이 비는 순간, 그 틈으로 들어가세요.”
이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우리는 정문으로.”
그런데 쓰엉이 그의 팔을 잡았다.
“잠깐, 내가 먼저 나가서 경비를 유인할게요.”
“안 돼! 위험해.”
“괜찮아요. 전 당신이 어둠의 물을 없애는 걸 도와야 해요.
잡히더라도 바로 죽이진 않을 거예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 속으로 뛰쳐나갔다.
“쓰엉—!”
이세의 외침이 공기 속에 흩어졌다.
총성과 외침이 뒤섞이는 혼란 속에서, 그는 정문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