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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

by 김 정

우리를 가장 반겨주는 곳


누구에게나 그런 집이 있습니다. 메뉴판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집, 언제 가도 낯설지 않고, 마치 나를 기다려 줄 것만 같은 곳. 이런 집을 우리는 ‘단골집’이라 부릅니다.

요즘은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찾는 흐름이 점점 뚜렷해진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단골집’보다는 SNS 속 ‘n번집’, ‘또간집’처럼 새로운 이름의 맛집과 색다른 공간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호기심에, 주변 이야기에 이끌려 그런 집을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늘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만 하죠. 물론 이런 것도 하나의 새로운 문화이자 재미일 수 있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결국 발걸음은 늘 발길이 닿던 단골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단순히 맛있는 한 끼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한 끼가 더 마음을 끄는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퇴근하는, 조금 단조로운 하루를 보내는 친구입니다.

그가 하루에 나누는 대화라곤 업무적인 통화와 동료들과 오가는 몇 마디가 전부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입맛이 비슷해, 퇴근 후 작은 백반집에서 가끔 저녁을 함께 합니다. 특별한 맛집은 아니지만, 오래된 노부부가 차려내는 집밥 같은 반찬들이 늘 정갈하며, 가격 또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가끔은 잊고 지냈던 제철 집반찬이 식탁 위에 오를 때면, 우리는 자연스레 소주 한 병을 시킵니다.


어느 날,


갓 볶아낸 꽈리고추 멸치볶음이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반찬이었습니다

따뜻함이 아직 남아 있고, 반지르르한 윤기는 꽈리고추의 연둣빛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매콤한 향은 코끝에 감돌았습니다. 이미 그 맛은 머릿속과 입안에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친구와 나는 무심히 “오랜만이다, 이 반찬”이라며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순간, 이 작은 반찬은 메마른 일상 속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다육이처럼, 마음에 짧은 연두빛 쉼표를 찍어주는 듯했습니다.



단골집


“이 집, 참 좋아.”
소주잔을 부딪치며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냥 집밥 같아서 좋아.”

친구의 말에는 하루 종일 경직됐던 얼굴을 부드럽게 녹이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그 ‘무언가’는 꽈리고추 멸치볶음이 아니라, 우리가 자주 찾는 이 작은 백반집, 바로 ‘단골집’이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수고한 나와 친구를 가장 환하게 맞아주는 곳.
언제나 살갑게 손님을 맞아주는 사장님과,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집반찬들.
된장국 한 그릇, 콩나물 무침, 자반고등어 한 점까지.
그 무엇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이곳이 바로 ‘단골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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